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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삽시다

[2018-01-30 오전 10:21:00]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 중국의 심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비행기가 공항에 내리기 위해 서서히 고도를 낮출 때 나는 창밖으로 넓은 공항을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활주로 끝 쪽에 어림해 보아도 족히 100여 명은 더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윗옷을 통째로 벗은 채 한 여름의 태양을 등지고 삽과 괭이 그리고 손수레 등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도착 후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중장비로 작업하면 쉽게 공사가 진행 될 텐데 왜 저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어렵게 일을 하느냐고. 답은 간단했다. 중장비로 일을 하면 공사는 쉽게 진행되겠지만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야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왜 그 생각이 났을까?
 

뉴스를 보니 최저 임금의 인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채용되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다. 저소득 근로자를 돕기 위한 좋은 취지의 정책인데 새해의 시작과 함께 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 00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관리비 인상 때문에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관리비 인상은 월 몇 천 원 정도였다. 그런데 그 지역의 아파트는 평당 가격이 오천 만원을 훨씬 초과하며, 한 해에 몇 천만 원에서 몇 억씩 집값이 뛰기도 하는 곳이란다. 시골에 사는 우리가 감히 값을 물어 볼 수도 없는 고가의 아파트들이었다. 비단 그 곳만이 아니고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문제로 그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조금 부담이 되겠지만 그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데 동의 할 것이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권력에 대한 욕망, 재물에 대한 욕망, 사랑받기 위한 욕망, 존경받기 위한 욕망 등. 어느 것은 가치 있는 욕망이고 어느 것은 무가치한 욕망이라고 선을 긋기는 어렵다. 다만 추구하는 방식과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수 있는 자기 통제가 관건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욕망은 어느 선에서 멈출 수 있다. 그런데 재물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는 듯하다. 그릇이 차면 또 다른 그릇을 채우고 그렇게 채워지는 그릇의 수가 많을수록 그 욕망이 더 커지는 것처럼 보여 진다.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녀들에게 앞으로도 금 수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를 시키면서 몇 천 원의 부담을 피하고자 매일 얼굴 보며 생활 해오던 경비원들의 일자리를 허락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삶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 또 다른 금 수저들이 미래사회의 곳곳에서 지도층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도덕성을 논하고 나눔을 말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무섭기조차 하다.
 

최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결혼한 지 5년 미만의 신혼부부 중 부부합산 소득이 연간 1억 원 이상인 고소득 부부의 경우 절반이 무자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을 더 기피하는 추세인 것을 말하고 있다. 그들은 출산도 가난한 사람들이 해야 하는 기피 업종쯤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나만을 위한 에고이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하루 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닐 진 데.
 

한국투명성기구가 최근 발표한 한국 청소년의 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정한 입학이나 취업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이상(55%)이며, 거짓말을 하거나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0%로 성인의 33%보다 높았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도 성인보다 더 많은 청소년이 부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우리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심각하게 물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가치관을 갖게 된 것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회 지도층과 가진 자들의 부도덕한 모습들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아진다.
 

경주 최 부잣집은 12대에 걸쳐 300여 년간 존경받는 부자로 명성을 누렸는데, 부자도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 부잣집은 재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물을 가진 자에 걸맞은 도덕적 소양을 지녀야 함을 알고 철저한 자녀교육을 실천했다. 300년이란 긴 세월동안 대대로 공유하는 철학이 없었다면 또 그 철학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벼슬을 탐하지 말고,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며,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그리고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주변 백 리 안에 굶주리는 사람이 없게 하며, 시집 온 며느리들은 삼 년 간 무명옷을 입게 하여 근검절약이 몸에 배도록 하라」 최 부잣집이 삼 백 여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일정 이상의 부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삶을 검소하게 하고 타인에게 후하게 베풀었던 것이리라.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충고가 생각나는 계절.

 같이 삽시다!

정상진/(前)밀양초등학교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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