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19.3.22 17:31
 
전체 사회 행정 교육 경제 정치/종교 문화/역사 복지/건강 스포츠/여행 밀양방송
 
박스기사
 전체
 살며 생각하며
 시가 머무는 자리
 마음의 창
 지역전망대
 소설
 현지르뽀
 歷史속의 密陽人
 문학/예술
 밀양의 풍경
 기획
 社說
 기고
 인물
 역사의 향기
 대중가요 속 밀양인
 책이야기
 건강시대
 대선을 향한다
 총선을 달린다(밀양)
 명리학
 독서 산책
 밀양아리랑글판전
 낙숫물소리
  가장많이본뉴스
‘병들지 않게
밀양아리랑 마라
경남 스마트팜
밀양의 밤풍경이
독립유공자 명패
봄바람 주의보
밀양시 시설관리
2019년도 지
팬지가 봄을 부
3.1운동 및
가곡동 예림교
범죄피해자 권익
시외·고속버스
밀양신공항이 떠
조합원 찾아 지
늙지 않는 최고
봄의 전령 우수
숲의 전문 해설
봄의 화신 진달
통장님 납시오~
 
뉴스홈 >기사보기
의미 없는 명분(名分)에서 벗어나기

[2018-07-23 오전 11:21:00]
 
 
 

여름이 시작될 때는 더위보다 장마를 더 걱정하였었다. 작년 여름에 참았던 비가 올해 한꺼번에 다 쏟아지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마는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큰 비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시작된 더위를 이겨내기가 정말 힘들다. 싱싱하던 채소가, 아름답게 피었던 여름 꽃들이 아직 갈 길이 먼데 사정없이 내리쬐는 태양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식물이 따가운 햇볕을 피하지 않음은 자신에게 유리한 명분을 끌어와 붙이는 구차함을 보이지 않는 침묵 때문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 한 낮의 더위 속에 어느 장례식장에 문상을 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조화(弔花)가 복도와 건물 앞 공터를 지나 큰길가의 보도위에 까지 세워져 있었다. 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어림잡아 백 개는 될 것 같았다. 그 날 나는 오래 전 어느 단체의 책임자가 상을 당했을 때 소속 직원들이 나누었던 의견들이 생각났다. 당시 나도 그 단체와 관련이 있었다. 조화의 크기와 그 조화를 어느 위치에 세워야 하느냐에 관한 의견들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한 조화가 아니고 명분과 체면을 위한 전시용 조화였던 셈이다. 오늘도 00시에 갔다가 어느 어린이 집 앞을 지나오다가 개원 축하 화환이 딱 한 개만 서 있기에 걸려있는 리본을 보았다. 「개원을 축하합니다.  국회의원 000」라고 적혀 있었다. 화환이 한 개만 들어왔던가?
 

명분(名分)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적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직분이나 도리, 또는 그것을 중요하게 내세우는 입장이나 주장」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명분이란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갖다 붙이는 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통해 명분을 매우 중요시 해 왔다. 생각들이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명분은 곧 의리나 체면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듯도 하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상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화려한 고급 음식점에서 얼마나 비싼 음식을 대접하느냐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장례식장에는 적어도 조화가 수십 개는 서 있어야 하고, 자녀 결혼식에는 손님이 몇 미터 이상 줄을 서야하고 예식장은 제법 큰 호텔이어야 하고. 그래야 명분이 서고 체면치레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이 가진 자나 권력자들은 이런 명분 쌓기를 해도 남는 장사가 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한 두 번의 명분 세우기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명분을 내세우는 사람 따로 있고 그 명분의 대가를 치뤄야 하는 사람은 또 따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명분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스스로 빠져들게 되면 크게는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을 당하기도 하며 개인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병자호란은 요즘 말로 예상된 인재(人災)였다. 이미 쇠퇴의 길을 가고 있는 명나라를 돕기 위해 대의명분을 중요시 하는 조선의 정치인과 선비들이 나섰다. 섬기던 명나라를 배신할 수 없다는 의리의 명분이었다. 승산 없는 전쟁에 원군을 보내 수많은 조선의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이후에도 이미 망한 명나라의 혼을 붙들고 아무런 실익이 없는 명분을 내세워 욱일승천하는 청나라를 오랑캐라 부르며 끝내 제대로 된 외교관계를 거부 했으니, 인조의 삼전도(三田渡)굴욕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조선은 명분을 내세운 값으로 수많은 백성의 목숨을 내 던졌고, 결국은 청나라의 신하 나라가 되었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온갖 권력을 휘두르며 오로지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며 살아온 조선의 양반과 정치인들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재앙을 몸으로 막아야 했던 것은 힘없는 백성들이었다. 지금이라고 별 다를 게 있을까.

이 병자호란 때 강화 유수 강해수(姜海壽)는 무참한 전란 중에 그의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조카가 청나라 병사의 손에 끌려 볼모로 잡혀 가는 불행한 일을 당하였다. 그런 중에 속량금을 가져오면 조선의 볼모를 풀어 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는 논밭을 팔아 비싼 속량금을 마련하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아들과 조카를 데려오고 어머니 위패라도 정성껏 모시고 오리라 생각하고 두 사람분의 속량금을 가지고 심양(瀋陽)으로 갔다. 그런데 심양의 되놈들은 조선 사람은 죽은 사람의 위패를 산 사람보다 더 소중히 모신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은 어머니의 위패를 온전히 한 사람의 속량금을 주고 가져가라고 했다. 위패는 돌아와서 그냥 종이에 한 장 쓰도 되련만 죽은 사람이 숨 떨어지던 그 자리에서 최초로 만든 것이어야 돌아가신 분의 혼령이 그 글씨 속에 머무르는 것이라 믿었기에 온전히 한 사람분의 속량금을 주고 어머니의 위패를 받았다. 그러니 이제 한 사람의 속량금 밖에 남지 않았다. 아들과 조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 조선의 법도는 이러 경우 조카를 선택하게 돼 있었다. 가도(家道)가 준엄한 선비의 가문에서는 더욱 엄격했다. 그래서 그 먼 적국 심양(瀋陽) 땅에 서럽게 우는 아들을 버려두고 조카를 앞세우고 어머니의 위패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평생 동안 어머니의 위패를 소중히 모시고 살았다. 이것이 조선인이고 그들의 명분이었다. 명분이란 참 좋은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너무 집착하면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콩깍지는 콩을 수확하고 나면 모두 모아서 그냥 아궁이 불에 태운다. 그러나 콩깍지 없이 콩은 태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콩깍지는 허울이고 형식임이 분명하지만 그 외피가 실하고 분명해야만 좋은 콩이 생산될 수 있다.

그처럼 알찬 결과를 가져다 줄 좋은 명분은 꼭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익이 없고 허울뿐이며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명분으로부터는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정상진/(前)밀양초등학교교장

 
 
 
내용
이름
   비밀번호
     
     
     
     

최근기사
무안면 ‘작은 수목원’ 조성한다
24일 홀리해이 색채 축제준비 ‘착착
박시춘 작곡가 뜨거운 ‘감자’로
사라진 밀양 가야의 흔적
5개 조합 조합장 교체, 신뢰받는 조
생태관광지역 지정된 재약산 청정 미나
김창룡 청장 현장소통간담회
범죄예방 민간협력 강화 협의회 구성
신인가수 등용문 밀양아리랑가요제
찾아가는 스토리텔링 확대 운영
감동뉴스
이웃과 나누는 행복한 일상
홀로사는 어르신 효도관광
수소원자에너지준위가 E1>E2>E3.
깜짝뉴스
누적 적자경영의 '밀양무역&#
세계최대규모 김치공장 밀양유치 확정
축협, 축산물품질경영대상 수상
 
(50423)경남 밀양시 북성로2길 15-19(내이동) 밀양신문 | Tel 055-351-2280 | Fax 055-354-0288
Copyright ⓒ 밀양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ly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