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19.6.13 13:55
 
전체 사회 행정 교육 경제 정치/종교 문화/역사 복지/건강 스포츠/여행 밀양방송
 
박스기사
 전체
 살며 생각하며
 시가 머무는 자리
 마음의 창
 지역전망대
 소설
 현지르뽀
 歷史속의 密陽人
 문학/예술
 밀양의 풍경
 기획
 社說
 기고
 인물
 역사의 향기
 대중가요 속 밀양인
 책이야기
 건강시대
 대선을 향한다
 총선을 달린다(밀양)
 명리학
 독서 산책
 밀양아리랑글판전
 낙숫물소리
  가장많이본뉴스
관점(觀點)에의
출입(出入)의
첫 개인전, 그
‘2019 대한
마지막까지 아름
대중가요 대한민
농어촌관광휴양단
재부청도면향우회
밀양시립박물관
지역문화 꽃 피
오뉴월
함께할 수 있어
사랑의 케미로
인생 길
함께 할수 있어
대동 행복 프리
귀로(歸路)
존엄하게 산다는
지역과 학교 잇
산불 예방, 적
 
뉴스홈 >기사보기
겸손을 생각하며

[2018-08-27 오전 10:31:00]
 
 
 

말복(末伏)과 처서(處暑)가 지나고 나니 더위가 한 풀 꺾였다. 자연은 순리대로 흐르고 역행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더위도 추위도 그 위세를 내려놓고 훌훌 떠난다. 아직은 더위가 남아있지만 밤이 되면 점점 또렷해지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달과 별을 보면서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직하지 않은 겸손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자연으로부터 겸손을 배우게 된다. 뿌리가 건강하면서 줄기와 잎이 죽어가는 시늉을 하는 일이 없고, 뿌리가 마르거나 썩어 가면서 푸른 잎을 피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식물은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누워버리는 갈대를 보지 못했고 태풍이 오기 전에 미리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지거나 스스로 가지를 꺾는 것을 보지 못했다.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쳐도 견딜 만큼 견디다가 한계에 달하면 쓰러지거나 꺾이게 된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했다. 지나친 겸손이나 공손함은 오히려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다. 일흔의 자식이 아흔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아이처럼 춤추고 재롱을 떤다고 누가 허물할 수 있겠는가! 이는 효심만 있을 뿐 숨겨진 다른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런 저런 일들로 사람들과 어울려 보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날 때가 있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에게 표하는 공손함이나 겸손함과 달리 마음은 따로 이면서 아부하는 공손이나 겸손의 태도는 웬만하면 표가 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직하지 않은 겸손을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언젠가 제법 괜찮은 음식점에서 잘나가는(힘 있는 자리에 있는) 분을 모시고 여러 사람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눈도장이라도 제대로 찍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고 참석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았다. 몇 몇 사람들은 거나하게 술이 취했고 또 몇 몇 사람들은 기어이 정신을 가다듬고 바른 자세로 상전(?)을 모시었다. 과히 지극 정성이었다. 상대보다 나이가 더 많은 자신의 처지를 잊고 그냥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시종일관 엷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무릎 꿇은 자세로 술을 권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공손히 술잔을 받은 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두 손을 받쳐 들고 술을 마셨다. 얼마 뒤 어느 식당에서 지난 번 술좌석에서 그토록 겸손한 태도를 보였던 사람들의 옆방에 우리가 들었다. 옆방에서는 그 날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 날의 주빈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지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데 건방진 ××. 더러워서...”  계속 듣고 있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그 날의 겸손함은 그냥 아부였고 가식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겸손이나 예의바름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그 날 다 알아보았다. 그 사람들은 아부가 몸에 배여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하고 싶다고 갑자기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무슨 득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솔직함과 겸손함을 보게 되고, 때로는 당당함을 보기도 한다. 반대로 모르는 것을 기어이 아는 척 둘러대는 사람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고 오히려 안쓰러워 보일 때가 있다. 겸손은 자신보다 하위직에 있는 사람이나 연령적으로 아래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쉽게 드러난다. 특히 아래 사람이 무엇을 물어 올 때 모른다고 대답하기가 부끄럽거나 자존심이 상할 때가 있다. 이를 경우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버트랜드 러셀이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다. 강의가 끝난 후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러셀은 질문을 받은 후 한참을 생각하다가 되물었다. “학생이 질문하고자 한 것이 이 내용이 맞습니까?”라고. 학생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한참을 생각한 러셀은 이렇게 답했다. “참 좋은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에 답할 능력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순간 야유의 소리 대신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대 석학의 겸손하고 정직하고 당당한 대답에 대한 반응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느 교장선생님은 참으로 온화하고 말수가 적은 분이셨다. 남의 경조사에는 꼭 인사를 하면서 자신의 경조사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는 분이다. 그리고 교직원이 교장실을 방문하면 꼭 일어서서 맞이하고 웬만하면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항상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얼마 전 작고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퇴임 후에도 항상 정직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사셨으니 평생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사셨다.
 

사람을 해치는 칼날은 보통 어깨 높이로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 허리를 조금만 굽히면 시기와 질투의 칼날을 피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에는 성공을 이룬 후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귀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 남의 시기와 질투를 받아 화를 입기 쉽다는 말이다. 또 새가 높은 곳에 오래 머물면 반드시 화살을 맞는다는 말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일로 크게 칭찬을 받거나 빠르게 승진을 하거나 하면 주위에 험담하는 사람이 생긴다. 시기와 질투는 내 잘잘못과는 상관이 없다. 높은 곳에 앉은 새가 뭘 잘못해서 화살을 맞는 것이 아니듯.
 

진정한 겸손은 반드시 정직함을 동반하게 된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의 태도로 아첨하거나 아부하는 사람, 모르는 것을 아는 체 거짓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는 자는 언젠가는 허위와 거짓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식당에서 식사 할 때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밥을 받아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할까봐 벽을 보고 식사했다. 겸손을 실천하고자 스스로를 낮춘 것이다. 바다가 이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초가을의 잔잔한 햇살이 바다위에 반짝이는 어느 날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 한없이 넓은 그 바다에 가서 진정한 겸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정상진/(前)밀양초등학교교장

 
 
 
내용
이름
   비밀번호
     
     
     
     

최근기사
고희기념시문집 ‘밀양강 여울소리’ 출
성장소설 ‘토찌비 사냥’ 출판
지역현안 해결 관계부처 동분서주
세월이 가져다 준 선물
천진궁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정신문화
출입(出入)의 생리(生理)
단골
밀양시-부산대 오작교 프로젝트 농촌일
밀양소방서 119소방동요 경연대회 입
창의력 갖춘 미래형 과학인재 축제
감동뉴스
이웃과 나누는 행복한 일상
홀로사는 어르신 효도관광
수소원자에너지준위가 E1>E2>E3.
깜짝뉴스
누적 적자경영의 '밀양무역&#
세계최대규모 김치공장 밀양유치 확정
축협, 축산물품질경영대상 수상
 
(50423)경남 밀양시 북성로2길 15-19(내이동) 밀양신문 | Tel 055-351-2280 | Fax 055-354-0288
Copyright ⓒ 밀양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ly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