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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의 유감

[2018-12-13 오후 2:22:21]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유별나게 인간의 체온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은 모두가 따뜻한 체온을 지닌 그런 사람들이다.


마쯔시다 고노스케옹은 기업은 마땅히 이윤을 남기되 그 이윤을 가치 있게 써야 한다고 했다. 탐욕에 빠지거나 시시콜콜 사심에 휘둘리면 이미 지도자가 아니다. 도덕적 권위가 실종된 사회. 아무도 포용 받지 못하는 포용사회. 공명심이 하늘을 찌르고 정의가 무너져도 더 이상 놀랄 것이라곤 없는 막가파의 사회가 되어간다.


일찍이 성산 장기려 선생은 사랑의 동기가 아니면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했다.
 

세느강의 퐁 뇌프(pon neuf) 다리는 새로운 다리를 뜻한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다리를 놓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어울림의 미학. 그러나 소통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을 중요시하는 사람(Ritual person)을 만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오전엔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오후엔 무료 왕진을 다니시던 일본의 내과 의사 H선생님 내외를 교토 학습여행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의 물결로 홍수를 이룬 기온거리에서 오랜만에 그분 내외의 따뜻한 손을 맞잡았다.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젊을 때 우리들은 그분이 내준 강변 별장에서 토론회도 하며 밤을 새운 일도 있었다. 아름다운 학습 여행이었다.


교토 철학의 거리를 산책하다가 카페에 들려 담소를 나누던 일. 흘러간 시간은 더 많은 사유와 추억을 품고 있다. 그러나 새로가 본 교토 철학의 거리엔 아쉽게도 철학은 없었다. 어제처럼 지나간 불꽃같은 세월. 길을 잃어버리고, 빛을 잃어버리고, 그리고 마침내는 은인과 친구를 잃어버렸다.
 

교토로 달리는 간사이공항의 하루카 특급열차, 새벽 열차의 쾌적성 같았다. 그 넘치는 자유와 희망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의사결정의 피로감에서 내 혼의 깃발은 어디에서 펄럭이는가. 낭만은 가고 찬비만 내리는 빈 종탑 같은 생애. 성탄이 와도 종소리 하나 낼 수 없다. 모두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지 못하고 독보적 존재로 군림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나 남의 땅을 빌려 무 배추를 심고 잘된 것은 팔고 처진 것은 무상으로 나눠주던 메린랜드의 거인 루돌프 김사장 같은 분도 있지 않았는가. 그는 돈을 벌어 사유하는 자들이 쉬어가는 무상 려인숙(廬人宿)을 만들었다. 세계 도처엔 사람 냄새가 풍기는 기인(奇人)들이 삶을 풍미하고 있었다. 그립고 그리운 사람들. 어디에서 그분들을 만날 것인가. 나는 교토 기온의 뒷길 신바시에서 새벽을 맞으며 서성이고 있었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한 조명이 길손을 반기듯 따뜻하게 비추는 골목길. 가을은 낙엽처럼 파쇠 되는 망각의 계절인 것인가. 나는 잃어버린 추억을 더듬는 보헤미안이 되어있었다.


언제나  작은 일에 노심초사하는 소인배, 허수아비 같은 인간. 바람이 불지 않아도 빈 속내를 내 보이기라도 하듯 혼자서  비틀거리고 있지 않는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은 생각의 물구나무서기 운동, 모래에 스며드는 듯한 잔물결 운동을 한지 어언 20년 세월. 그러나 횡단로엔 고급 자동차가 여전히 보란 듯 길을 막고 있다. 윤리사회 이론을 연구하는 문제 작가인 미하일 슈미트 살로몬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분개가 아니라 어리석음으로부터의 탈피”라고 말했다. 비인간성의 역사. 그래서 기본을 마스터 하는데 30년을 잡는 것이다. 글쓰기가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삶의 통찰이라면, 때로는 실수로 늦게라도 귀한 소포가 왔을 때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는가.


새해 아침이 어제였는데 또 하나의 가을이 가고 있다.


만추(晩秋)가 아니라 만추(滿醜)의 세상. 떨어진 낙엽이 어디론가 가버릴 때까지 나는 외등이 흐린 그 골목길 빈한한 돌계단을 지키고 있어야 할 것인가.


누군가는 나를 보고 젖은 낙엽 같이 끈질기다고 한다. 나는 너무 오래 당신들을 사랑할 뿐이라고 변명해 본다. 한 계절 지독한 냄새를 풍기던 은행나무도 절정기의 가을에는 얼마나 풍요로운 빛으로 사람들을 감탄에 이끄는가. 그보다 더한 것은 그의 상징은 희망, 장수, 우정, 순응이라고 식물학자들은 말하지 않는가. 노란 은행잎은 우리를 사랑과 추억에 잠기게 한다. 생의 황혼기에 만나는 가을,
  

곧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깊은 겨울밤이 오겠지. 낮에 타던 페치카의 자작나무 불꽃이 튀는 소리, 참나무 타는 그 매캐한 내음. 숨을 죽이며 역사를 거슬러 나를 느껴본다. 우리는 그 밤 릴케를 만날 것인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만날 것인가. 길의 끝에서 또 다른 길을 찾는 보헤미안처럼 히치하이크를 시도할 것인가.


회개란 하느님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는데, 성탄절이 되면 누구나 참회에 빠진다. 그러나 케롤송 하나 마음 놓고 들을 수 없는 각박한 세상에 산타가 올 것이라고 누구에게 말 할 것인가.


나는 메마른 나무 의자에 앉아 또 다시 긴 밤을 위해 등불을 켜야 할 것인지. 이리저리 바람에 밀려다니는 낙엽같이 감각도 없이 길을 묻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 나는 흙이 될 것인가. 칼날 같은 세월이 무수히 지나갔다. 느긋하게 그럴수록 더욱 느긋하게 교토의 오래된 300년의 노포(老鋪)를 기웃거리며 골목길을 거닐고 있었다.  악의 뿌리는 오류에 대한 고집이라고 했다. 자신의 결정이 실수로 판명 날까봐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세상.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더욱 혼미해지는 세상, 프로그램의 수준이 낮더라도 시청자를 즐겁게만 하면 Media의 사명을 다하는 것인가.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매체를 보며 선동적인 사고에 매몰되어만 갈 것인가.

사회학자 에스터 빌라는 모든 어리석음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했다.

 

유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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