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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무술년!

[2018-12-27 오후 4:26:29]
 
 
 

쏴아! 하며 세월이 흐르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언제나 세모 이맘 때 쯤이면 가파른 살여울처럼 흐르는 세월의 소리를 환청처럼 듣는다.

까악! 하고 까막까치 한 마리가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바람맞이 언덕위에 서 있는 소나무가 저문 동천(冬天)에 긴 실루엣을 그리고 있다. 삐죽삐죽한 그 이파리들이 마치 적의 군사들 앞에 버티고 선 계백장군의 수염처럼 비장미를 자아낸다.

어느 듯 한 해의 끝자락이다. 동지와 크리스마스를 지나 또 한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다시는 못 올 무술년, 야속하던 한해도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보니 미련을 털어버리기가 힘이 든다. 새해라며 덕담을 주고받던 것이 어제 같은데 어언 세모라니 마치 시간을 소매치기 당한 기분이다. 옛사람들이 년광급유수’(年光急流水), 급한 물살 같은 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던 말이 실감나게 와 닿는다.

숭숭 뚫린 가슴 속의 공동으로 찬 겨울바람이 들락날락 한다. 왠지 허망하고 쓸쓸하다. 속말로 파출소를 지나니 경찰서가 나오더라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되말리니 답답하다. 고생해서 자식 학교공부 시켜 놓으니 죽어라고 취직은 안 되고, 젊은 놈이 방구석에서 한숨이나 쉬고 있는 꼴에 가슴에 천불이 난다. 이웃 일본에서는 대졸 취업률이 100%를 넘어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한다는데 한국의 고용률은 갈수록 태산이다.

연말이라고 오만가지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니 노령연금 따위 몇 푼 더 준 것이 무슨 소용인가. 물가오름세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소득이전효과(所得移轉效果)가 크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대적이다. 그런데도 택시비에서부터 아이들 과자 값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가 5백만인데 그중에서 1백만 명이 올 2018년에 폐업할 것이라 한다. 세상에 불쌍한 사람도 많지만 그들처럼 불쌍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식당이나 닭 튀김집, 동네빵집, 옷가게, 과일가게 등 영세업자들은 달리 할 것이 없어 겨우 그런 장사를 하는 것인데 장사는 안 되지, 밤낮 뼈 빠지게 일해도 빚만 쌓이고 은행이자와 가게 세는 밀리고 나오느니 한숨과 탄식뿐이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생존기간이 3년이라는데 그들은 암 환자의 5년 생존율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무대뽀로 올린 당국자들이야 말로 간 큰 사람들이다. 거기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밀어붙이니 영세업자들이 견딜 수 없어 몇 안 되는 직원을 내보낸다. 결국 고용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고 중소기업의 도산이 줄을 잇는다. 여기저기 문 닫은 공장들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팔래야 사는 사람도 없다.

콧구멍이 두 개라서 숨을 쉴까, 탈 원전(脫原電)정책은 더욱 답답하다. 도대체 그런 국가에너지 정책의 중대한 전환을 단행하면서 국민이나 국회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은 해봤던가. 지난 달 대만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쳐 부결되자 계획자체를 백지화하고 그것을 강행했던 치이잉원 총통이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 정권의 탈 원전 강행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학계의 의견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 당국자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화력발전소는 분진과 미세먼지를 토해내고 불쌍한 젊은이가 작업하다 죽는 등 말썽투성이다. 탈 원전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되레 값싼 청정에너지인 원전을 증설하고 화력발전소를 하나라도 더 없애야 하는데 당국자들은 태양광이다 풍력이다 해서 딴 데 마음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을에서 봄까지 일조량 부족으로 태양광에 문제가 많고 최근에는 집진시설에서 잇달아 큰 화재가 발생해서 말썽이 되고 있다.

일찍이 공자님은 오불여노농”(吾不如老農)이란 말을 남겼다. 번지란 제자가 농사일을 공자에게 물었더니 나는 농사일은 늙은 시골농부보다 못하다며 사양했다. 농사일은 농사의 전문가인 늙은 농부에게 상의하라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국정과제는 해당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경제도 모르는 사람이 경제를 주무르다 경제가 망가지면 애꿎은 국민만 고생한다. 철도교통도 모르는 인물이 철도청장을 하는 동안 철도사고가 연발하고 달리던 KTX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917년 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볼세비키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 쫓아내고 당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고 보니 현장에서 일 할 사람이 없었다. 이를테면 국영은행을 맡게 된 볼세비키들은 싸움터에서는 한가락 하는 돌격대였지만 은행경영에는 까막눈들이라 복식장부를 어찌 쓰는지, 현금전표가 뭔지도 몰랐다.

은행은 마감 후에 당일거래를 합산해서 1전의 끝전도 틀리지 않게 대차대조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 하는 수 없이 과거의 사람들을 도루 불러와서야 겨우 은행이 돌아갔다고 한다.

정권담당자들은 볼세비키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정권이 바뀌면 논공행상이 벌어지지만 문외한이 낙하산타고 내려와 중대한 국가정책을 맡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배철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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