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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死의 갈림길에선 鄕土史 한토막!(3)
-밀양철도교 하행선의 철거 위기 앞에서-
[2018-12-18 오전 9:56:47]
 
 
 

⊙도적은 ‘감언이설’로 ‘민족의 혼’을 뽑아간다.
50여 년 전, 대대로 유학자 집안 그 후손으로 살아온 필자의 집에, 명절 차례시나 4대 봉제사 기제사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잠겨있던 커다란 궤짝 문을 열고, 놋쇠 ‘방자그릇’이며 ‘놋쇠 술잔’이며 ‘놋쟁반’을 비롯하여 도자기 술병 등 여러 가지 ‘제기’를 꺼내, 씻고 닦고 정성을 다하였는데,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흡사 희게 보이는 ‘도자기 술병’ 은 다른 쇠그릇보다 조심스럽게 더욱 소중하게 다루는 것을 보았다. 


제사상 앞에서 아버지께서 술잔을 잡으시면 두 손으로 받들어 술을 따르던 ‘매병’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 날 그 술병이 없어지고 ‘스텐 술 주전자’가 등장하였고, 무거운 놋쇠 제기들은 모두 가벼운 스테인레스 제기들로 바뀌어 버렸다. 부엌에서 일하는 여인들은 “세상에 편리하고 깨어질 염려 없고 이렇게 좋은 것이 또 있을까?”라고 자화자찬의 꽃을 피웠다.

제기를 바꾼 사연인즉, 한창 ‘스테인레스’ 그릇들이 취급하기 쉽고 놋그릇처럼 닦지 않아도 쉽게 닦이고 가볍고 등등 하여 집집마다 그릇 혁명을 일으키던 때라, 보물급 유물이 있을만한 집을 찾아다니며, 남자가 집을 비운사이 아낙네들을 그럴듯하게 부추겨서, 대대로 물려받은 보물급 유산을 그야말로 ‘고물 값’으로 비누 한 장 주고 싸가는 ‘지능범’들이 날뛰던 시대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시 돌려받아 오려니 ‘버스’는 떠난 뒤였고, 보존 했더라면 몇 억을 호가하는 ‘고려청자 술병’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어머니는 몰라서 그랬는데, 알 만한 사람이 깨우쳐 주어도 모르는 척하고 도둑맞고, 똑똑한 척하고 ‘얼’을  빼가는 줄을 모르는 위정자들이 한심하고 그 현상들이 가슴 아프다.


우리의 역사 속에 우리나라에 보존되고 있는 국보급 문화재보다 선진국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우리의 보물이 많은 것이, 이렇게 약탈당하고, 도둑맞고, 모르는 사이에 속아서 그저 줘 버린 것들이다.  

 

⊙대한민국은 ‘머리에 붉은 띠’만 숭상하는가?
진정으로 자유대한민국과 우리겨레를 위한 ‘붉은 머리띠에 절규하는 아우성’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덩덕개’ 들의 춤바람에 놀아나는 국민들과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가면의 애국자’ 들은, ‘자손의 양식’이 될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여 鄕土史를 지키자고 그토록 간절하게 외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못들은 척하니까 외치는 이의 목만 아플 따름이다.


이 땅에 민주화운동이 불꽃처럼 타오를 때 붉게 물든 머리띠가, 4.19 학생의거 때만 해도 ‘백의민족(白衣民族)’을 상징하는 ‘하얀 띠’였다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알고 있다면 밀양강 용두목에 이름 없는 ‘애향인’ 들이, ‘조상의 피땀 어린 밀양강 철교’만은 살려달라고, 그 자리에 보존해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집단민원’ ‘단체시위’ ‘확성기동원’ ‘철파이프’ ‘각목’ ‘죽창’이나 동원하면 그들의 요구는 들어주고, 그나마도 화제에 약한 목조건축물이 문화유산의 대부분인 이 강산에서, 보기 드문 ‘석조건축물’인 ‘미리벌의 유산’을 파괴하지 말고 보존하자고 ‘애원’하는 이 말을 들은 척도 아니하는 위정자와 공직자는 ‘밀양사람인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다시 묻고 싶다.


이순공/밀양문화원향토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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