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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이야기(11)

[2017-09-18 오후 2:48:00]
 
 
 

⊙천황산 정상 능선부에 들어선 케이블카의 존재감
1,189m의 천황산이 크게 변신하고 있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데, 그 안으로 노크하여 들어가면 전에 느끼지 못했던 산중맥박과 체온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산은 우리들 대중들이 흔히들 즐겨 부르기도 찾기도 하는 ‘영남알프스의 진산’인 곳이다. 옆 산 가지산을 가더라도 쌀바위에서 석남재로 하산하여 다금 올라보는 필수의 코스처럼 여겨지는, 그야말로 욕구와 낭만의 양 겹 충족을 담아주는 곳으로 사랑을 받는 산이지 않은가.

이 산을 두고 바깥으로 드러난 인식과 가치 재조명의 일은 일제 강점기 대 작명된 ‘천황’의 이름을 떨쳐 내고자 하는 범 산악인들의 노력이 있어 몇 년 전부터 산 이름을 천황산에서 ‘재약산’으로 통일시키는 노력의 와중에 있다. 재약산의 정상봉 <수미봉>은 ‘재약산 수미봉’으로 그대로 부르고 현재의 천황산 <사자평>도 ‘재약산 사자평’으로 바꾸는 것이 시대적으로나 사화문화의 측면에서 옳은 일이다는 노력의 행간이다. 이 산 전체를 재약산으로 규정하고 봉우리를 암수로 나눠 한 곳은 수미봉, 한 곳은 사자봉으로 받아들이자는 내용인데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보아진다.

천황산의 산중맥박과 체온이 달라지는 느낌은 무엇 때문인가? 예부터 석남재나 능동산 배냇골 산마루로 나 있는 사자평 산길은 산이나 길이나 자연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겐 낭만과 평안의 안식을 얻으면서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들어 내어주는 치유의 기회장소였다. 이 자름한 산길에서 만나지는 큰 아름의 억새밭과 사자봉 아래 표충사 가는 길목의 고사리마을과 조그만한 분교의 자연 미학은 치유를 위한 극적인 카타르시스 공간이었다.

산이 있어 자연이 있고 그 자연 속에서도 이곳은 대자연이 설정해놓은 ‘자연스러움의 극치’였기에 이곳에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이곳의 경험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곳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사자평 산길의 가치가 이질적 문화로부터 침식을 강요받고 있다. 얼음골에서 천황산의 마루금 능선에까지 케이블카가 개설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편리와 편의에 몸과 생각을 맡기는, 그리하여 옛 같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예찬하며 만들어 축적시킨 낭만의 스킨십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골케이블카는 선로길이가 1.8km이다. 최고 꼭대기 승강장 높이가 해발 1,020m에 이르러 천황산 정상의 1,189m 바로 코밑까지 다가가 있다. 대인이 왕복 1만 2천 원, 소인은 9천 원이니까 돈 1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금세 거기로 올라가 자연 속의 흙이 아닌 테크의 길을 즐기다 내려올 수 있으니, 그간 인간과의 깊은 심사를 나누어 왔던 천황산의 가슴 속 맥박이 그리고 자연계의 체온이 어디 온전하겠는가?

 

(편집자 주: 밀양시는 500년 이상 사용하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묻혀 버린 민족의 명산 고유지명 복원으로, 말살된 민족정기 회복은 물론 밀양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천황산(天皇山)을 재악산(載岳山)으로 복원하고, 재약산(載藥山)을 수미봉으로 변경할 것을 추진한 바 있다.

재악산 명칭의 유래는 오악산(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삼각산. 지리산)의 정기를 실은 산이라 하여 ‘재악산’ 이라 명명하였으며, 고지도 옛 문헌 등 수많은 자료 등에서 기록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밀양은 명칭이 변경될 때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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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화/(사)낙동강공동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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