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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를 읽고

[2018-07-03 오전 10:04:00]
 
 
 

인간 본성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발표하여 젊은 여성작가들에게도 존경을 받고 있는 은희경씨를 나는 좋아한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으로 당선된 ‘이중주’를 처음 접하고 ‘타인에게 말 걸기’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마이너 리그’등 신간이 나올 때 마다 구입해 읽을 정도로 그녀의 열렬한 팬이다.

‘소년을 위로해줘’는 2005년 ‘비밀과 거짓말’이 출간 된 후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키비(배이삭)의 힙합 곡 ‘소년을 위로해줘’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과 옳다고 믿어왔던 사회정의의 상처로 인해 점차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성장담을 그린 소설이다. 경쟁을 싫어하며 매사에 심드렁하고 무심하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17세 고등학생 강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키비를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힙합공연도 열심히 다니면서 체험한 것과 삶속에서 얻게 된 감각과 사유, 즉 직접경험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있어 연우와 주변인물까지도 감정이입이 쉽게 된다. 이유 없는  슬픔, 형언할 수 없는 아픔들이 작가 특유의 문장으로 그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에서 사고를 쳐 한국으로 전학 온 독고태수와의 새로운 우정과 그의 느닷없는 죽음, 아버지와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권위적인 가정에서 자란 첫사랑 채영과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연우의 방황은 그치질 않는다. 그리고 간섭받는 것도 싫고 자식도 구속하지 않는 친구 같은 엄마와 엄마의 연하 남자친구로 인해 연우의 일상은 늘 불안의 연속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일수도 있으며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거나 상상했을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소년을 위로해줘’는 세상과의 갈등 등 원치 않는 작별과 재회까지 소년들과 어른들이 겪는 고민을 여러 인물에 적절하게 반영하여 각자에게 어울리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시기의 고등학생 연우와 그의 친구들, 이혼의 아픔이 있지만 새 삶을 찾는 연우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은 일생동안 성장하므로 우리에게 더 성숙한 어른이 되라고 채찍질도 한다. 더불어 받아들이는 자세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고독은 인간이 죽을 때까지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진실도 되짚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독고태수의 반성문이다. 어른들 대부분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비판과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청소년들을 평가하고 바라보는 태도에 관해 쓴 글이 아직도 나를 많이 아프게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자신의 미래를 향하여 한창 꿈을 꾸어야할 나이에 청춘들은 이미 세상의 차별화에 깊은 좌절을 맛보았다. 그들의 청춘은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그들은 힘이 들었을까. 나쁜 관습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의 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내가 새삼 부끄러워진다. 머무르며 바라보는 장면들은 스치며 바라보는 세계와 전혀 다르듯 지금부터라도 청소년에게 시선을 두자. 말 잘 듣는 천사보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그것을 억누르지 않게 우리가 도와주자. 그리고 자녀는 통제가 아니라 소통의 대상임을 인지하자. 이런 것만 염두에 두어도 책 제목처럼 우리는 소년을 위로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치킨리틀 신드롬(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까지 간 연우가 잘 견디어 내고 멋진 성인이 된 것에 정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으면서 연우의 뒤를 쫓아 순수했던 열일곱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작가도 그 시절의 파노라마를 그려 보았을 것이다. 아직도 긴 여운 속에 잠겨있는 나는 연우에게 사랑받는 채영이 되고 싶다. 이처럼 끝없는 상념의 세계로 이끄는 문학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소년을 위로해줘’는 힙합가사를 작품에 인용해 내용을 전개하는 독특함과 자기중심적 언어의 표현으로 마지막장까지 책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누구든지 이 매력에 반해서 연우를 빨리 만나보면 좋겠다.

김성혜/밀양신문주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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