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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2018-07-31 오후 4:23:00]
 
 
 

작은 시골마을의 작고 낡은 종합병원, 몇 안 되는 의사가 매일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 병원에서 5년째 밤잠을 설쳐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내과의사, 그의 이름은 구리하라 이치토이다. 이치토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나 언변으로 병원 사람들이나 환자들에게 괴짜 의사로 통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는 달리 언제나 환자들을 생각하며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이라도 성심껏 치료하고 마음을 쏟는 진짜배기 의사이기에 환자들은 이치토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소설은 365일 불철주야 환자와 소통하는 이치토의 감동적인 의료행위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정해진 수명에서 한순간이라도 생을 지속시키기 위해 매순간 일분일초 투혼을 발휘하는 단 하나의 직업, 바로 의사이다. 그런 숭고하고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임에도 작품 속 의사들이 처한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늘어나는 환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이틀, 삼일을 꼬박 밤을 지새우고 내과의사 임에도 응급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외과진료와 수술까지 참여하는 전 방위 업무, 게다가 응급실 진상까지 소화하면서도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긴장상황의 연속, 그런 바쁜 상황에서도 수십 명의 주치의로서 각각의 환자에게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치토를 보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동시에 환자의 병든 마음까지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진정한 명의로 보였다.


‘나스카와 소스케’의 소설 ‘신의 카르테’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에피소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치토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웃들과의 에피소드, 아내와의 운명적인 만남 등 여러 소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어 더 감명 깊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감상하며 얼마 전 TV에서 지방 소도시의 인구 노령화에 따라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종합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연로하신 노인들이 응급진료를 받기 위해 수 시간에 걸쳐 타지방의 병원을 가야하고, 그로인해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오버랩 되었다. 작품 속 이치토의 병원은 대부분의 환자가 노인에다가 병환이 위중하여 마지막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경영과는 관계없이 환자들을 위해 365일 24시간 응급센터를 운영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위해 열과 정성을 다하는 의사, 간호사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소설속의 내용들은 우리의 각박한 현실과 대비되기에 더욱 인간적으로 보이고 판타지 같지만 어딘가에는 정말로 이런 병원 속 의사, 간호사들이 있을 것이기에 이치토의 에피소드들은 더 큰 감동과 치유로 다가오곤 한다. 물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현란한 수술을 벌이는 의학소설도 좋지만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들에게 최대한 짐을 덜어주고 한 번 걸어왔던 인생을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작품처럼 조금은 느린 걸음의 의학소설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이치토의 배려, 열정, 낭만은 환자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따뜻한 힐링을 선사한다.

김춘희/밀양신문주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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