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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의 초원(32)
23. 대지의 어머니(2)
[2018-09-10 오전 9:56:00]
 
 
 

-콰콰콰콰콰앙! 차르르르르ㅇ.
천둥이 쳤다. 번갯불이 번쩍하고 난 다음이라 조심은 했지마는 너무나 큰 소리에 온 몸이 오그라들었다.
“어, 어이쿠우!”
“으으 아아아!”
아버지와 아들이 부르짖고 나서 마주보고 웃는다. 건강한 아침이다. 뒤이어 니나의 겔에서 밝은 목소리가 퍼진다.
“아침 드세요! 어서요오!”
겔에서 언어가 고개를 쏘옥 내밀어 손짓을 하고 있다. 귀여운 네 살. 참 밝은 표정이다.
이 비가 그치면 초원은 원기를 되찾아 초록보석같이 반짝일 것이었다.
양구이와 마유로 차린 간단한 아침상에 야채도 한두 가지 올라왔다.
“소는 왜 다쳤지요?”
니나가 식사를 하다말고 묻는다.
“천둥소리에 놀란 녀석이 달리다가 물먹은 풀밭에서 미끄러졌나 보네요. 허허허허.”
돌지가 웃는다.
“녀석도 참, 덩치 값도 못했군요. 호호호홋.”
니나의 하얀니가 가지런하다. 식사를 마치자 니나로부터 작업지시가 떨어진다.
“이 비가 그치면 곧 풀베기 작업을 해야겠어요. 건초가 많으면 아무리 무서운 강이나 추운 겨울도 잘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지요. 니나씨.”
돌지의 대답에 부라카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건 니나 호칭 다음에 오는 아주머니가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부라카 오빠도 갈 거야? 풀 베러.”
언어가 귀엽게 묻는다.
“으응, 갈 거다. 왜?”
“그럼 나두 따라간다.”
“언어가 뭣 하러? 겔에서 파타나 보는 게 어때? 엄마 일 도와드려야지.”
“흐응, 파타는 엄마가 업고 일해. 난 들판에 나가 꽃도 꺾고, 메뚜기도 잡을 거야.”
니나는 그런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흐뭇한 가족애를 느낀다. 돌지와 니나로 맺어지고 부라카와 언어, 그리고 파타로 이어지는 초원의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낮이 기울자 소나기가 멎고 햇볕이 풀밭 위로 반짝였다. 돌지와 부라카가 연장을 챙겨서 낙타들을 몰고 풀베기에 나섰다. 새끼낙타 한별이와 두별이도 어느새 어미낙타 만큼이나 덩치가 커갔다.
언어도 작은 말을 타고 돌지와 부라카의 뒤를 따랐다. 풀잎에 남은 빗물들이 햇빛에 되 쏘여 눈이 부셨다.
니나는 아기를 재우고나서 받아놓은 빗물을 한데 모우고 뚜껑을 덮는다.
그때였다.
물통 안에 우윳빛 구름 한 점이 떠 있다가 어느새 그것이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니나가 눈을 크게 떴다.
“잘, 지내는 거지?”
커다랗게 웃는 얼굴은 우르바트였다.
니나는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여보, 니나! 당신은 대지의 어머니야. 이런 일에 놀라면 되겠소?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요. 대지의 어머니로 당당하게 대범하게 살아요.”
우르바트의 모습이 물결 속으로 사라졌다. 니나는 결심한 듯 부르짖었다.
“그래, 나는 대지의 어머니다아!”

 

정한길(정진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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