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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Dora) 집 가정 방문 희망의 씨앗
코이카사랑 파라과이(11)
[2017-10-30 오전 10:38:00]
 
 
 

필자가 1974년 2월에 교단에 첫 발을 드려놓았다. 올해로 44년 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정년퇴직 후 코이카 시니어 단원으로 페루 3년에 이어 파라과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만일 파라과이에서 한 3년 쯤 더 가르치면 총 47년 쯤 가르치는 셈이다.

되돌아보면 병아리 교사 시절 가정 방문 추억이 지금도 내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다. 필자가 통영 미륵도 풍화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첫해 5학년 담임을 맡았다. 3월 개학 후 학교 일정이 정상괘도에 오른 후 3월 말부터 약 한반에 50명되는 아이들 집을 오후 시간대에 가정 방문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떠하며 부모님들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등을 살폈다.

당시 섬마을에 사는 사람들 가정 형편은 너무도 열악했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책걸상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회초리로 다스려 주십시오.”하고 주문하는 학부모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필자가 가르친 아이들 중 내 회초리를 안 맞아 본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회초리 교육이 많았다. 그 때 아이들이 지금 5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으니 참 세월이 빠르다. 당시 내 회초리를 많이 맞는 아이들 중에 몇몇 아이가 지금도 내게 안부를 전한다.

필자가 파라과이 농촌 오지 호세 파사르디 산 안토니오 학교에서 코이카 시니어 단원으로 2∼6학년은 수학을 7∼9학년은 영어를 주당 1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가르친 지 3주째라 아이들 이름을 대부분 다 안다. 또 어느 동네 사는지도 한 반쯤은 안다. 그러나 아이들 가정 형편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래 아이들이 사는 동네를 돌아가면서 방문하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다. 오후 4시 30분에 오후반이 모두 끝난다.

오후 5시 쯤 우리 동네 일주도로를 걷는 워킹 운동에 나선다. 이때 이 동네 저 동네 몇 동네를 방문했다. 지금까지 5동네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4개 정도 동네가 남았다. 일전에 5학년 도라(Dora) 학생이 혼자 사는 동네를 물어서 찾아 나섰다. 필자가 도라 집을 찾아 나선 이유는 이렇다. 지난 금요일 5학년 담임 우고 선생님이 회의가 있어 결근하는 바람에 필자가 2시간 연이어 수학을 가르치는 행운이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제일 시간이 잘 간다. 나도 아이도 모두 재미가 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기 5학년들 더하기 빼기 받아 올림 내림을 시원하게 못한다. 뺄셈 중 중간에 괄호를 넣어 문제를 내면 쩔쩔맨다. 첫째 시간엔 2개의 수합이 11, 12, 13, 14, 15 만들기 기초 다지기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예를 들어서 9+□=12 이런 문제를 반복 연습 통해서 기초를 다진 후 둘째 시간엔 이런 유형 문제를 내어서 스스로 푸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씩 난이도를 더해 가르치는 데 처음에 전혀 이해를 못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이해가 되면서 문제를 제법 잘 풀어 나갔다.

오늘 최고 난이도 문제6□3-□4□=368 이런 유의 문제를 제일 먼저 이해하고 풀어낸 아이가 바로 도라였다. 아이들과 함께 축하 박수를 보내고 필자가 몇 번이고 “엑셀런테, 무이 부에노, 에스페란샤”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번지면서 “선생님 더 어려운 문제 하나만 더” 하고 조른다. 처음에 전혀 해결 능력이 없었던 아이가 문제를 이해를 하고 풀어내니 얼마나 즐겁겠나?

여기 아이들 근본 머리가 나쁜 아이들이 절대 아니다. 그동안 방치되어 왔기 때문이다. 5학년 12명 중 이런 유형 문제를 이해하는 아이가 약 8명 쯤 되어서 갈수록 희망이 보였다. 도라, 가스빔, 야디라, 메짐, 에스데빗, 밀레나, 다빗, 마릴레나 등. 혼이 있는 코이카 단원으로 꼭 희망과 용기를 심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도라 네 집은 주변에 집이 없는 외딴 곳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큰 언니가 결혼해 바로 옆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 티도는 주말마다 배구를 하면서 만난 양반이라 금세 친해졌다. 어머니는 일하러 가신 바람에 만나보지 못했다. 아버지와 도란도란 세상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일전 도라 수학 공부 이야기를 했더니 역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세상 어느 부모나 자식이 공부 잘 한다고 하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 또 필자가 오고 나서부터 도라가 수학 공부하는 것이 재미나 한다고 아버지가 귀띔 한다.

비록 파라과이 오지 농촌 외딴 곳에 가난과 더위와 함께 살아가지만 늘 만족한 삶 속에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 풍요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세상 어디에도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삶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 필자도 이런 오지에서 때론 너무 외로워 괴로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도라 같은 희망의 아이들이 머리에 가득해 그 외로움을 이겨 나가고 있다. 또 기회가 되면 우리 학구 중 오지 산토 도밍고 동네를 찾아 볼 요량이다.

주태균/코이카1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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