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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

[2018-11-09 오후 2:01:00]
 
 
 

공자는 떡을 받을 접시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겐 떡을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축담에 벗어 놓은 신발이 가지런하지 않은 자에겐 가르침을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캄보디아를 돕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에서도 이웃에 가난한 사람이 많은데 멀리까지 가느냐고 힐난하며 고운 눈이 아니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비방을 하는 사람도 남을 비판하기 좋아할 뿐 따지고 보면 이웃이나 지역을 위해 한 일이라곤 별로 없는 것이다.


일이란 기회가 닿을 때 하는 게 순리다. 하고 싶을 때 또는 여러 사람의 힘이 모아질 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항에서도 저가항공은 22kg의 수하물 탁송이 어느새 15kg로 줄어들었다. 이 급진적인 제한은 해외봉사활동을 나갈 때 인원이 적으면 책이나 학용품 하나 가져가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정성껏 보내준 표지가 제법 두꺼운 책들은 책상에 아무것도 없이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그림책이 될 텐데 아쉬운 마음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또 저개발국가의 입국 형편은 어떤가. 공항에서 비자를 받는 일은 일차관문 자체가 쉽지 않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불친절은 온갖 수모를 겪어야한다. 밤늦은 시간 입국자를 앞에 세워놓고 딴 짓을 예사로 하는 것이다.

자기나라를 돕기 위해 오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온갖 거드름을 피운다. 그곳에서도 국력의 파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알량한 공직자들의 권위란 참으로 참아내기 어렵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공항은 가히 일등국가인 것이다.


그럼에도 왜 가야 하는가. 잊을 수 없고 버릴 수 없는 맑고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동자 때문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나서서 학교에 못가는 아이들을 돕고 극진히 돌보는 모습은 가히 천사 같다. 또 세계각지에서 온 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수호천사처럼 돕고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그만큼의 넓은 품을 갖고 있지 않은가. 휴가를 와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후의 생애를 봉사에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상마을 빈곤가정에 발동선을 전달하는 선박 진수식에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예정시간 30분을 늦추어 어슬렁거리며 오는 마을촌장을 보며 많은 각성과 함께 인내를 배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색내기 격려사는 더없이 고상하고 우아하다.


수상마을에서 난민으로 삼대를 살아도 하루 1불에 목숨을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 발동선 한척은 신이 내린 선물인 것이다. 8~9명의 가족들에게 배 한척은 생계와 운명이 달라지는 순간인 것이다. 얼마나 잠을 설치며 기다리는 순간일 것인가. 국가가 외면하고 천애의 고아처럼 버려진 사람들이 배를 받는 날 칠순의 노모가 기쁨에 겨워 대성통곡을 하기도 한 것이다. “내 생전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한나라의 흥망은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지도자에 달렸다는 것을 후진국에서 새삼 절감하게 된다.


어머니는 없고 아버지는 있어도 알콜릭에 빠진 극빈 가정에 14세 소녀가 가장이 되어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창문하나 없는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위험한 전기시설을 개선하고 아무렇게나 어지러 놓은 옷들을 챙길 수 있게 옷장을 새로 마련해준 일. 생각해보면 순간이 선택한 신의 목소리 같은 것이다.


마음 내킬 때 하는 것. 연(緣)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 밥을 사고 싶을 때 신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사는 것. 다음에 사지하고 미루면 이미 기약조차 없는 것이다. 기회란 즉시 만들어 가야하는 것, 찾아내는 그런 것이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것. 핑계일 뿐이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신화란 은유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스토리를 통해 함유하는 바가 참으로 큰 것이다.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순간의 판단과 결단을 요구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회의 신은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회화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만으로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잡아야 하는 것이다. 터닝 포인트는 비행기 운항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순간을 놓치면 회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회란 그토록 어려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회의 선택은 변화의 시작이기도한 것이다.


남을 돕는 이외성의 쾌감과 경이로움이 도처에 늘려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교육자이며 자선가 페스타로치는 그의 생애를 통해 전쟁 중에 아이들을 돌보던 보육원을 운영할 때가 가장 행복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행복한 때가 언제냐.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되는 것. 에스프레소는 양도 적고 값은 비싸고 쓴맛이지만 향이 짙고 용도가 다양한 것이다. 그가 있으면 맛이 달라진다. 어렵고 좋은 일은 신의 목소리라 생각해 보는 것. Good bye는 God be with you라고 하지 않는가. 헤어지면서도 신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면 세상 어디에서도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유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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