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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지평선 1권(3)
제1장 산사를 다녀오던 날
[2018-11-30 오전 9:56:57]
 
 
 

두 친구(3)

중산은 지역토호이자 황실 척족 집안의 종손으로서, 그리고 부친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 차세대 당주로서 자신이 몸소 뼈저리게 느껴온 오욕의 역사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비탈진 숲 속을 빙 둘러본다. 화란 춘성(和蘭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더니, 문자 그대로 꽃이 활짝 피어 성안에 가득하고 바야흐로 만물이 약동하는 호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쓰라린 역사의 생채기는 수풀 곳곳에도 어김없이 남아 있었다.


아득한 그 옛날 서기 3세기 경 변한 12국 중의 하나였던 미리미동국 시대에 처음 쌓고 조선 성종 때에 개축했다는 유서 깊은 이곳 밀양 읍성의 성벽들은 왜놈들이 경부선 철도를 부설하면서 응천강 철교의 교각용 석재로 이용하는 바람에 남문에서 서문 사이는 모조리 헐려 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고, 그나마 무사했던 이곳 무봉산 기슭의 성벽마저도 왜인들이 공사(公私)를 가리지 않고 암암리에 빼내어 쓰는 바람에 형편없이 허물어져서 성벽 속에 채웠던 잡석만이 산비탈 곳곳의 잡초더미 속에 피압박 민족의 주검처럼 처참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신학문이 들어왔다고 해서 자네의 그 해박한 한학이 반드시 퇴색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위로 삼아 이렇게 응수한 운사도 딴은 공감이 되는지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하기사, 나라꼴을 생각하면 피통이 터질 일이지만,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심기를 굳건히 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미래를 도모해야 하지 않겠나? 나의 신학문과 자네의 한학이 합쳐지면 아무도 우리를 무시하지는 못할 걸세! 우리 둘이 아직은 서로 사돈으로 맺어지지 는 못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그렇게 될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오지 않겠는가”


“글쎄, 우리의 뜻대로 과연 그렇게 잘 되어 줄까…”


무상한 게 세월이라, 중산은 영 믿지 못하겠다는 투다.


“그래서 사돈이 못 되었어도 아이들끼리 친형제처럼 운명을 같이하며 상부상조하며 살아가게 하려고 오늘 이렇게 축수 불공도 나란히 함께 올리지 않았는가, 이 사람아. 우리야 우리들이지만, 저 아이들한테 무슨 죄가 있는가 말일세!”


“지당하신 말씀이네! 왜놈들의 서슬 푸른 무단 정책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속속 불거져 나오는 판국이니…. 정말이지, 나는 앙천맹서(仰天盟誓)컨대 식민치하의 이런 욕된 모습을 우리 아이들한테까지 결코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네!”


“그거야 조선인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니겠는가, 당연히! 더구나 우리는 안동과 쌍벽을 이루는 유서 깊은 유향(儒鄕)이자, 왕성한 지기 때문에 충의 열사가 넘쳐났던 밀양 고을의 뿌리 깊은 선비 집안의 후예들이 아닌가”


“그런 뜻이 아니라, 상남면 동산리와 하남면 파서리의 우리 여흥 민가들은 임진왜란 때 왜구들한테 멸문지화나 다름없는 참화를 당한 한 맺힌 구원(舊怨)이 있는 데다, 부귀와 권력을 누렸던 황실의 오랜 외척으로서 나라에 진 역사적인 빚도 있고 해서 하는 말일세!”


중산의 말소리엔 비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어떤 힘이 실려 있다.


“자네의 가문이 왜놈들한테 당한 빚이야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그런 것은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아가면서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운사의 말투는 중산의 그것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온유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나라꼴이 나아질 것 같은가? 그래도 우리 둘이 사돈을 맺게 되었더라면, 그야말로 혈맹의 관계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네. 그렇게 되었더라면 아이들의 장래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중산은 그게 못내 아쉬운 듯, 말끝을 흐리면서 운사를 바라본다.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라고는 하여도 엄밀히 따져보면 그들은 오래 전부터 상호 신뢰하는 혼반(婚班)의 인연을 맺고 있는 사이였다. 윗대에 벌써 두 가문 사이에 통혼한 선례가 몇 차례 있었기 때 문이다.


“그랬더라면 이 밀양 고을 최초로 양 대에 걸쳐 일본 유학생 부부가 탄생하는 진기록이 세워지게 되었을 걸세, 아마도!”


운사의 얼굴에 여유롭게 웃음기가 번진다.


“글쎄,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 내가 아들을 낳고, 자네가 딸을 낳았어도…? 관건은 누가 아들을 낳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욕심에 따라 결정될 일은 아닐세 그려!”


중산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억양이 높은 운사의 말투에 비해 한결 곧은 목소리였다.


“하기야, 칼자루는 어차피 아들을 낳는 쪽에서 쥐게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사위가 일본 유학생이 되어서 서구 문물을 더 많이 배워 오기를 원했을 걸세!”


<세루> 양복에 나비넥타이까지 맨 운사는 그러면서 슬쩍 뒤를 돌아다본다. 그들보다 이삼십 보쯤 뒤쳐진 곳에는 그 역시 제각기 물색 고운 한복과 왜색의 양장 차림을 한 젊은 귀부인 둘이 초롱꽃 무늬의 불란서 제 양산을 함께 쓴 채 무언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산철쭉이 우거진 연둣빛 신록 속의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각기 상전의 아기를 안은 유모와 작은 보자기를 손에 든 그만그만한 하녀 둘이 조심조심 산기슭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소위 말하는 개화 지식인들의 절충주의, 합리주의라는 겐가”


중산이 정색을 하고 물었으나 운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웃기만 한다.


“운사 자네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자신감이 솟아나는가 보이! 나는 자네의 그런 면이 언제나 부럽기만 하다네.”

 

약산(岳山)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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