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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기적

[2018-12-03 오전 9:54:36]
 
 
 

 ‘100$의 기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1차 캄보디아 희망회복운동팀에서 배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을 때, 우선적으로 극빈 가정을 선별해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왜냐하면 건기의 끝자락에 방문한 톤레삽 인근의 수상마을은 마치 쓰레기더미를 연상시킬 만큼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버려진 듯 쓰레기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며, 얼기설기 엮어놓은 나무집에서 온 가족이 구호품에 의지해 살고 있는 그들에게 모터가 달린 배를 후원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리는 국제 NGO 단체인 ‘Friend’와 제휴하여, 우선 7척의 배를 마련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도움의 손길들을 곳곳에 요청했고 우리의 뜻에 동참하는 후원자들의 힘이 보태어져 드디어 7척의 배를 구입할 수 있는 후원금을 모았다. 캄보디아에 있는 우리의 브렌치 역할을 해주고 있는 ‘Peace Cafe’를 통해 ‘Friend’와 긴밀하게 움직였다. 전화나 이메일, 그리고 SNS를 적극 활용해 가능한 한 의미를 담아 보고자 노력했다.
 

역시 국제 NGO 단체 ‘Friend’ 소속 젊은이들의 업무처리 능력은 놀라웠다. 극빈 가정 중에서도 알콜릭에 빠진 가장을 계도하여 변화를 이끌었고, 우리는 그들의 노력을 치하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가장의 나이와 재정 상태, 가족 수, 취학 아동과 미취학 아동을 구분하여 각 가정의 상태에 따라 후원 물품도 다르게 배분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21년 동안 자원봉사를 해온 (사)기회의학숙만의 오랜 노하우라고 나는 자부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돈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쉬운 일도 아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쁜 마음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5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여덟 번의 캄보디아 희망회복운동에 동참하는 동안 여러 차례 씨엠립 강변을 산책했고, 차로 이동하며 바라보았던 ‘씨엠립강’. 뿌연 흙탕물처럼 보이는  그 씨엠립 강이,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신비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꼬박 3년하고도 5개월의 시간이 걸린 지난 시월 어느 산책길에서였다. 그래서 Insight Trip의 매력은 심오한 정서적 충격이면서도 찬란한 깨달음을 안겨준다고들 하는가 보다. 호젓한 산길이나 강가를 걸을 때 마주하는 작은 들꽃 한송이에게서조차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그런 발견들이 삶의 중심을 분석하고 해명하는 시적 언어일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짙은 에스프리의 정취를 함양할 수 있는 시간과 눈부신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변화와 전환의 기회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기회의학숙은 지난 21년 동안 NGO, NPO 단체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왔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랑의 씨앗들을 세상에 뿌려왔지만 특히, 13년에 걸쳐 22회차를 이어온 캄보디아 희망회복운동팀의 발자국들은 더욱 찬란하다. ‘100$의 기적’으로 배 전달식을 위한 작은 쎄레모니를 마련하고자,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빵을 200개 준비하였다. 경찰서장의 입회하에 배 인수증을 주고받았고, 캄보디아와 한국의 국기가 새겨진 마크를 배에 달아주기도 했다. 마을 촌장을 비롯한 마을 유지들을 초대해 한국어와 크메르어, 영어로 동시통역을 하여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는 6.25 한국 전쟁 때 캄보디아가 우리나라에 쌀을 보내주었던 사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부디 우리가 기증하는 배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수익을 올려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중 마을 촌장의 연설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6.25때 우리에게 쌀을 보내준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3대에 걸쳐 배를 가져보지 못 했다는 한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 했고, 우리 모두 감동의 눈물을 뜨겁게 흘리며 손을 맞잡고, 그들이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나 이제 봉사하며 살리라”고 큰 소리로 봉사자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소망을 들었다는 듯 티 없이 맑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우리를 굽어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인간애의 실현은 어쩌면 지극히 사소한 실천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그런 실천들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파인 구멍들을 메워주는 행동으로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를 정비하는 수선공이 되는 의미이기도 하다. 헌 박스를 주워 모아 밀고 가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조금이라도 밀어주어 보았는가. 자기 몸의 몇 배의 폐지를 모아가도 겨우 이천 원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다고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우리가 지원하는 캄보디아 대안학교의 14살 소녀가장의 집에는,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와 세 딸이 덩그런 함석 집 단칸방에서 가구 하나 없이 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일행 중 한 명은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해주고 싶다면서, 자신의 용돈을 아껴서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100$의 기적’에도 동참할 수 있고,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희숙/(사)기회의학숙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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