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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행복

[2018-12-18 오전 10:00:58]
 
 
 

12월 1일 한 해의 마지막 월 첫날이다. 비 소식과 함께 기온이 내려 겨울로 접어들 것이라는 소식이다. 겨울 채비 김장철이라 주부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가을 절기로 각종 문화예술단체의 년 간 행사도 마무리되고 결산보고회 망년회라는 테마의 친목 모임이 줄을 서 12월이 숨 가쁘게 흘러갈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나면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대공원에 나가 가벼운 산책으로 밤공기를 쐬고 들어온다. 오는 길에 집 근처 희미한 가로등 있는 쓰레기 수거 장에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 덤불 속에 떡국 가래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설비공사를 한 뒤 버려지는 엑셀 파이프를 다발로 묶어 버린 것인가 하고 지나치려다 확인해 봐야 하는 성미가 뒷걸음질하게 했다. 가까이 가서 손으로 만져보니 착잡한 감촉으로 와 닿는 보들보들한 쌀가루 가래떡이다. 냉장고에 보관했는지 약간 굳어 있긴 했으나 아직 말랑말랑한 찰기가 있고 가락끼리 붙어 있었다. 길이가 30센티미터는 족한 5 가락씩 붙은 2 뭉치 떡이다. 쌀로 치면 한 되는 족히 될 것이란다. 귀한 음식물을 왜 분리수거도 하지 않은 채 눈에 띄게 버렸을까. 밥상머리에서 밥알 한 톨이라도 남길 새라 꾸지람을 들었던 추억, 먹거리가 귀했던 가난을 무슨 자랑이라고 되돌려 이야기하고자 함은 더욱이 아니다. 다만 먹다 남은 잔반도 아닌 귀한 음식을 아무렇게나 조심성 없이 버린 것에 울화가 치민다.


넉넉한 살림살이에 모든 것이 풍족하다 하여 이럴 것인가. 아니라면 혹여 시어머니가 땀 흘려 지은 알곡으로 손쉽게 끼니를 때우려 떡국을 해다 준 것인데 먹지 않고 보관하면 안 먹었다고 꾸중 들을까 봐 버린 것일까. 그냥 두고 올 내가 아니다. 산을 즐기는 사람으로 간혹 멧돼지가 먹이를 찾느라 꽁꽁 얼어붙은 돌밭을 주둥이로 파헤친 흔적을 보아 온지라 돼지먹이로 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어들고 집에 든다. 혹여 이 장면을 지켜본 이웃이라도 있다면 저 구두쇠 같은 사람이라고 비아냥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내일이면 산에 가져가 동물 먹이로 줄 것이라는 기쁨도 잠시 혹여 등산객이 주는 음식물에 맛 들이면 주변 등산로에 출현할 동물로 인해 산행길이 유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가축을 키우는 축사에 줄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대형 축사를 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주어온 음식물을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이런저런 고민 끝에 당초의 생각대로 산돼지 먹이로 가져가기로 마음 정리를 했다.


날이 밝아 햇살 곱게 내렸으면 좋으련만 희뿌연 미세 먼지가 산을 다 가린 채 눈이 올 뜻한 우중충한 날씨라 산을 올라야 하나 마나 망설임이 갈등을 키우는데 떡국을 가져가 먹이로 주어야 한다는 밤잠 설치며 고뇌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산에 올랐다. 쫀득한 찰기가 있는지라 비닐봉지에 담아 배낭에 넣은 것이 제법 묵직하게 걸음걸이에 맞추어 비닐봉지 바스락거림이 행진곡처럼 발길 심심치 않다.


산 중턱에서 만난 지인들이 매일 오르는 산인데 무슨 맛난 음식을 가져오느냐기에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였다. 다들 잘한 일이라며 음식을 함부로 버리는 상식 없는 행동을 안타까이 여기신다.


산 8부 능선 평소 멧돼지 출현 흔적이 있던 산기슭 겨울을 날 만한 산세를 찾아들어 떡국 가래를 하나씩 나누어 숲속으로 던졌다. 나눔이 꼭 사람에게만 있는 것인가.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산의 주인인 동물과 함께 하는 것도 나눔이요 적선이라 동물 먹이 주기에 참여한 지인들도 오늘 좋은 산 기운 받아가니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하신다.


수일 지나 숲속으로 들어가 먹이를 먹었는지 살펴봐야지 동물에게 주는 것도 이리 좋은데  남을 음식이면 이웃과 나눈다면 이 겨울이 얼마나 훈훈할까. 풍요 속의 가난이라는 오늘날 한 끼를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노숙인도 있는 판에 아까운 것을 모르는 경솔함을 탓하는 것이 오지랖인가.

이승철/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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