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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사는 동네를 둘러보고
코이카사랑 파라과이(21)
[2019-01-02 오전 10:15:20]
 
 
 

오지에서 주말을 재미나게 보내기가 참 어렵다. 아직은 늦은 봄이라 낮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아 어디 나들이하기가 참 좋은 계절이다. 하도 오지라 마땅히 어디를 갈 만한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주중 주말을 어떻게 재미나게 보낼 것인가 하는 생각을 늘 가지게 된다.


지난주에는 산 프란시스코 마을 아이들이 사는 동네를 방문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나보니 내 자신 어떻게 처신하면서 봉사해야 될지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따뜻한 봉사 혼이 있는 봉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가슴이 아프면서도 희망이 보였다.


가정 방문을 누가 시켜서 계획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디에 살며 형편이 어떤지를 한번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학교가 위치해 있는 산 안토니오 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혹 아이들이 있으면 줄 선물 용 과자도 배낭에 일부 넣었다.


북동쪽으로 난 비 포장길을 따라 걸었다. 마침 길가에 오토바이가 한 대 서 있다. 젊은이한테 주변에 산 안토니오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느냐 물었더니 바로 윗집에 5학년, 3년 자매인 나리샤와 다나가 살고 조금 더 가면 2학년 헤레미아가 살고 바로 옆에 5학년 루카스가 살고 좀 더 가면 8학년 루시아 제일 끝에 9학년 호세가 산단다. 단번에 이 동네 사는 아이들 집 파악을 다했다.


제일 먼저 찾은 집이 5학년 나리샤 집이었다. 처음 5학년 나리샤를 만났을 때 이리도 잘 생기고 부티가 나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인상이 좋은 아이였다. 동생 3학년에 다나는 키는 좀 작어도 눈망울이 또록또록해 수학 공부를 곧잘 따라했다. 막내 동생 로샤와 함께 세자매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부모님은 다 일하려 나가셨다. 세자매가 필자를 보고 연신 반가워 웃음으로 인사를 한다.


아이들이 집에서는 대부분 헌옷을 입고 학교 올 때나 좀 반듯한 옷을 입고 온다. 집에서는 신발도 잘 신지 않는다. 나리샤 집은 그래도 좀 나은 집에 속했다. 벽돌 시멘트 집에다 위성 안테나도 달렸다. 몇 마리 양도 키우고 있었다. 뒤뜰에 옥수수도 많이 재배했다. 바로 옆에 바나나 나무도 지천이다. 대체로 자급자족한 식생활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욕심 없는 삶이다. 아이 셋 모두 이목구비가 어찌나 반듯한지.


이번엔 2학년 헤레미야 집을 찾아나서는 데 길가에 결명차 풀이 지천으로 보인다. 결명차 씨앗을 살짝 볶아 차로 끓여 마시면 눈에 좋다는 정보를 알고 있어 바로 배낭을 내려놓고 잘 익은 결명차를 비닐봉지에 한가득 따 담았다. 위치를 알았으니 언제든지 딸 수 있다. 길가 주인 없는 자연산 결명차 풀이다. 이것 또한 현지 삶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행운이다.


헤레미아 네 집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위치인데 그래도 용케 살아가고 있었다. 사방이 바나나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2명의 형과 여동생 1명 모두 4남매가 방 2칸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 동네 아비타시온(방)을 살짝 살펴보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데 그래도 잘 자는 것 보면 생활 습관에 이미 익숙해져 그러가 보다. 아버지가 필자를 무척 편안하게 반긴다. 헤리미야가 집에 와 필자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수학이 정말 재미난다고? 연신 반갑다고 테레레 차를 내민다. 이 동네 사람들 테레레는 자기들 전통 음료수이자 약차다.


바로 옆이 5학년 루카스 집이다. 헤레미아 집과 촌수로 사촌이고 아재고 숙모다. 루카스는 아직도 더하기 빼기를 못하는 수학 부진아이다. 그래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때가 묻지 않는 아이다. 여동생 한명이 있단다. 아버지 레오날도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28세란다. 결혼할 때 나이가 19세 쯤 되는 셈이다. 루카스 엄마와 동갑이란다. 마침 옥수수를 수확해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8일 전에 낳았다는 송아지도 자랑을 한다. 비록 주거 환경은 좀 부족해도 있을 것 다 있다. 모두가 마음에 여유로움과 우리처럼 빨리 빨리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파라과이 사람들 삶 행복 지수가 높다는 말이 실감났다.


5학년 루카스가 8학년 루시아 집이 어디 쯤 있는지 가르쳐 준다. 약 200m 걷다가 오른쪽에 있단다. 2번에 걸쳐 영어를 가르치면서 참 곱상하게 생긴 아이라 집이 살만 한 줄 알았다. 정말 어려운 환경 가운데 살았다.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집에 비를 가리고 살 정도 집이었다. 위로 언니 둘은 다 출가하고 어머니와 둘만 살고 있었다. 어머니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비만이었다. 그러니 루시아가 살림을 다 사는 모양이다. 어머니가 필자 손을 꼭 잡고 이 먼 나라 오지에와 고생한다고 가슴으로 격려를 해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애완용 원숭이를 한 마리 동무로 키우고 있었다.


제일 끝집 9학년 호세 네 집을 찾았다. 9학년 비해 아이가 영 왜소하다. 오늘 여섯 아이 집 방문 중에 제일 어렵사리 살고 있었다. 호세가 막내다. 위로 21세 된 형이 한 명 있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머니 이야기를 안 하는 걸 보니 계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방 한 칸에 부엌 침대 2개가 전부이다. 가재도구가 이리저리 늘려있다. 귀천이 없다. 연세가 지긋한 아버지가 만티오카(고구마)를 내온다. 점심으로 먹을 모양이다. 필자한테 하나 건넨다. 같이 먹으면서 눈높이를 맞췄다.


우리 동네 여려 아이들 집을 방문하고 가슴이 막 미어져오는 느낌이었다. 이리도 철저히 어렵게 살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태어나서부터 이런 삶에 익숙해 불편함도 모른다. 이런 삶이 자기들에게는 행복 전부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누군가 계몽도 좀 하고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려 삶의 질을 좀 더 높여야 되겠는데 거기까지는 손을 쓸 여력이 없는 모양이다. 필자가 오지를 원해서 이곳 산 안토니오 학교까지 온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변화를 심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가슴이 아파 오늘 밤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오! 주여 도와주시옵소서.


(사진설명 : 산 프란시스코 마을 아이들)

 

주태균/코이카1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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