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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避靜)

[2019-01-15 오전 10:24:23]
 
 
 

다음 검색창에는 참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 꽃의 이름을 알려주는 기능인데, 나는 어떤 꽃일까 싶은 궁금증이 발동해, 얼굴에 카메라를 대고 쌩긋 미소를 지어보았다. ‘일치하는 꽃이 없습니다’라는 결과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할 즈음, ‘당신은 코스모스일 확률이 99%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여리여리한 당신! 섬세하고 풍부한 소녀감성의 소유자군요’라는 문구가 떴다. 기대와 다른 결과였지만 꽃과 유사점이 발견되었다는 데 큰 위안을 얻었다. 날씨가 춥고 국내외의 정세를 비롯한 경제사정 또한 얼어붙는 엄동설한이기 때문일까. 꽃을 바라보는 순간이 잦다. 우리들의 인생도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서 올 한 해 우리 학숙에서 피워내야 할 꽃들을 파종하기 위한 각오를 담은 피정(避靜) 일정을 계획했다.
 

‘피정’이란 가톨릭 신자들이 새로운 쇄신을 위하여 어느 기간 동안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침묵 속에서 묵상, 성찰, 기도, 강론을 듣는 등, 수련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조용히 물러나 있는 영적 휴식의 순간을 말하는데, 우리 학숙에서는 새해 나아갈 변화 전략의 수립과 실천과제들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영적지도자의 지도에 따라 침묵하고 대화하면서 생각의 곁가지들을 잘라내고, 흐려진 시야를 맑게 걷어내는 의식과도 같은 피정을 기획해왔다. 이는 종교의 의례를 넘어서 함께 생각을 모으거나, 조직의 역량강화와 개인의 영적 성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환상의 기회이다. 절대자로부터 무상으로 주어지는 일상의 순간을 특별한 선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됨은 물론, 우리에게 과분하게 베풀어지는 호의들에 대해 지나치게 무심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고, 절대자의 말씀 속에서 명상하면서 ‘나’를 타자의 입장에서 직시해볼 수 있기 때문에, 조직 속에서 ‘나’의 역할을 되돌아 역지사지해 볼 수 있는 눈을 찾게 된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시간과 차를 마시며, 과거를 반추해보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새해를 맞아 수행해볼 만한 가치로운 일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은혜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들여다보면 모두가 상처투성이였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고 살고 있고, 그런 고민들은 때때로 엄청난 무게로 가슴을 짓누르기도 하는 것이다. 영혼의 골짜기마다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내면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시간은, 의외로 침묵 속에서 발견하게 될 때가 많다. ‘침묵’이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에서 해방되어 양심의 소리를 듣는 이른바, ‘내적침묵’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개인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시간과 치유를 통해 힐링의 순간을 경험하고, 타인의 상처도 보듬어 줄 수 있게 된다. 비 오듯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겸손해야 하는 이유와 배려해야 하는 이유와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종교는 다르지만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그 엄숙한 고요 속의 성스러움과 은혜로운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특히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절대자의 몸과 피를 나눈다는 의식은 그 심오함의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을 만큼 경외로웠다.
 

산다화(山茶花)의 열병식을 받으며 피정의 집을 내려오면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으며, 천둥 또한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노라던 싯구가 떠올랐다. 저마다의 색채로 꽃잎을 피워내려고 오늘도 우리는 긴 시간 회한과, 눈물과 반성으로 기도해야 하나보다.

정희숙/시인,문학평론가

 
 
 
이용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피정... 2019-01-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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