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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좌절

[2019-04-10 오후 2:12:11]
 
 
 

한 도시의 활성화는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고 유동인구가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차장이 늘어나고 무엇보다 명소와 맛집이 많아야 할 것이다.


우리 밀양엔 요즘 홀리해이 색채 축제를 비롯해서 나무심기 운동 등 여러 가지 행사들이 범람하고 있다. 벚꽃 철을 맞아 주말의 삼문동 강둑 축제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밀양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어디에서 쏟아져 나왔는지 상춘객들로 가득했다. 누가 밀양을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한도(閑都)라고 말했을까. 그러나 맛집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것이 아직도 아쉬움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맛집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없지 않다.
 

더 안타까운 것은 초저녁인데도 식당하나 찾기가 어렵고 그런 집들이 지속할 수 있도록 행정은 물론이거니와 어디에서든 도움을 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영남루 부근의 재래시장 안으로 가보면, 값도 싸고 음식 맛도 좋은 저렴한 맛집이 생겨나 새롭게 화제가 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하여 대중식당의 역할로는 부족한 실정이긴 하지만 명소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입소문이다. 값싸고 맛있고 정갈한 분위기가 사람을 끌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오카야마 외곽에 있는 구라시키 미관지역은 오카야마에서 쾌속전철로 17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메이지 시대의 강변 창고 등을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분위기 있는 찻집을 비롯해서 료칸, 쇼핑센터로 국내는 물론 해외관광객이 들끓고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그 입구의 아름다운 오하라 미술관은 1880년대의 일본 서양화가 마고 도라지로가, 당시 자신이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오하라 마고 사부로에게 서양의 귀한 예술품을 널리 알리자고 제안하여 설립된 곳이라고 한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마고 사부로의 장남인 오하라 소이치로가 “미술관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쇼지와 가와이 간지로, 무나카타 시코 등 민예 운동을 주도한 작가의 작품으로 장르를 확장하고 전시장을 보수하여 소중한 명소가 된 것이라고 한다.
 

오하라 미술관은 항상 동시대의 새로운 표현을 도입하면서 역사를 쌓아왔다고 한다. 마고 사부로는 당시 기업가이면서 병원과 연구소를 설립하여 공익 활동에 앞장선 분이었다. 마고는 자신의 그림 정진에도 매진할 뿐 아니라, 서양의 탁월한 예술품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후원자에게 간곡히 진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곡한 뜻이 전해져 오늘날까지 서양의 첨단 전위 예술의 안목을 넓히고 일본 근대작가를 고무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뜻을 가진 간곡한 염원과 그것을 눈여겨보는 향토애 넘치는 협력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시디 류세미의 춤추는 소녀, 고지마 도라지로의 잠자는 어린 모델, 클로드 모네의 수련 등 명작들이 즐비해 있었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도시란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객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곡한 염원이 있으면 무엇이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꿈을 가진 자라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강변 마을은 꿈꾸는 동화같이 구도자체가 선명했다. 유명한 화가의 이름을 딴 ‘엘 그레코’ 카페에서 전통적인 맛과 향기 그윽한 커피도 마시고, 이유안 젠자이 집에서 특유의 젠자이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들은 선망을 넘어 꿈꾸는 좌절감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살기 좋은 고장이 되려면, 도시를 보는 관점과 도시의 형태와 정신을 개선하려는 절박한 노력과 탐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거리로 불러내는 도시 디자인과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자유로운 공간을 구축해 가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유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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