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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원재사, 종가제례 현장을 찾아
밀성손씨 조상 섬김의 장
[2019-08-23 오후 5:00:36]
 
 
 

현대사회는 빠른 속도의 변화를 겪으며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그 중 조상의 기일이나 명절 때가 되면 정성들여 마련한 제사상 앞에 자자손손 모여 제례를 올리는 우리의 관습도 이제 간소화되거나 생략되는 일이 빈번해져 가고 있다.

지난 17일 일반가의 제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숙하고 경건함을 갖춘 종가제례의 현장을 찾았다.

산외면 행정복지센터 옆 오솔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니 산자락 고요한 곳에 백일홍 만발하고 은행나무, 백송나무가 반기는 곳에 조선 정조 때 영의정 번암 채제공의 글씨인 죽원재사란 현판이 붙은 집 한 채가 평온히 자리하고 있다.

죽원재사이곳은 오한 손기양(孫起陽, 1559~1617) 선생을 불천위(不遷位)제사하는 별묘가 있는 곳이다.

손기양 선생은 1585(선조 18) 사마시에 합격하고, 1588년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전적, 경주 제독, 울주 판관, 영천 군수, 창원 부사 등을 역임한 조선의 문신이며 본관은 밀성(밀양)이다.

1612(광해군 4) 정치가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였으며 뒤에 사헌부, 사간원의 벼슬, 상주 목사 등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사퇴하고 학문에 전념했다.

임진왜란 당시 석동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충의를 떨쳤으며 후손들이 뜻을 모아 1753년에 짓고 1956년에 고쳐 지은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는 재사 외에도 치엄문, 삼문, 사당(청절사)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재사는 정면 7,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목조와가이다.

음력 717일인 이날, 밀성(밀양)손씨 죽원파 종중(종의장 손화현)의 종원 100여 명이 엄숙한 가운데 의복을 갖추고 모였다.

음력 111일이 오한 선생의 기일이고 이날은 오한 선생 부인의 기일이었다.

서로의 의복 갖춰 입기를 도와주기도 하고, 제례순서에 대해 꼼꼼히 점검하기도 하고, 찾아오는 종친들과 마주하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 한줄기 솔바람이 대청마루로 올라와 앉는다.

한쪽에서는 며칠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었을 제사음식이 하나 둘 정갈한 마무리 손길을 거쳐 제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제철 음식이 포함되면서 그 가지 수는 미처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10시부터 함께한 후손들의 이름이 붓으로 집사분정기에 정성스럽게 쓰여 지기 시작했고, 기록된 이름을 집례를 맡은 손기현 밀양문화원장이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여 소개를 대신하고 그 명단을 벽에 붙였다.

11시가 되어 초헌(손상모), 아헌(손두식), 종헌(손성현), 집례(손기현), (손병윤) 등의 제관들이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오면서 제례가 시작됐다.

마루에서 제례가 진행되는 동안 마루아래 두 줄의 단 위에 공손히 자리를 함께한 어린아이부터 연로한 어르신까지 모두의 모습 또한 실로 경건한 모습이었다.

죽원재사에 전해 내려오는 제례규범 책자인 재사제의에 따라 엄숙한 절차로 진행된 이 제례는 1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되었고 후손들은 정원에 마련된 뷔페식 오찬을 함께하며 깊은 정담을 나누었다.

이날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요청한 이곳의 제례에 대한 특별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촬영된 자료는 영상으로 기록되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종중이 특별촬영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이러한 기록이 전통을 잊어가는 현세대에 절대 필요한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죽원재사 중수기 첫머리에 죽원(竹院)의 손씨는 밀양의 문학으로 세상에 으뜸인데 그 기반을 만들어 계통을 물려준 분은 실로 오한선생이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자랑스런 조상을 함께 공경하고 섬기며 어우러지는 후손들의 모습이야말로 정녕 아름다운 그런 날이었다.

 

박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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