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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일락서산(日落西山)

[2019-10-24 오전 10:20:12]
 
 
 

妻家(14)

 

자신의 처지와 너무도 닮아 있는 청관 스님의 얘기를 무 자르듯 싹둑 잘라 버린 죽명 어른의 얼굴에는 언제부터인가 노기인지 오기인지 모를 비감한 기색이 역력하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이날, 숙질간에 오고 간 청관 스님에 관한 얘기는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말을 아끼는 숙부님의 가슴 속에도 남다른 생각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았고, 중산 자신도 청관 스님의 존재에 대해 왠지 이대로는 끝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오랜 망각 속에서 건져낸 승당 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유품처럼 가슴 한구석에 깊이 자리를 잡고 눌러앉는 것이었다.

집에 바쁜 일이 없다면 하룻밤 자고 가라며 숙모님이 한사코 붙잡았지만, 중산은 서둘러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 자기는 자기대로, 또 부인은 부인대로 각기 다른 일정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쉽게 계획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설령 바꾼다 해도 유모와 하녀에다 가마꾼들까지 거느린 대식구가 거기서 하룻밤 유한다는 것은 피차간에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집을 나설 때 박씨 부인은 친정에 들러 형편에 따라서는 며칠 간 쉬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자기는 당일로 귀가하겠다고 집안 어른들께 이미 고하고 왔으므로 갈 길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유종(儒宗)의 고향(1)

 

백마를 탄 중산과 나귀를 탄 김 서방이 앞장을 서고, 가마를 탄 박씨 부인과 유모며 하녀들이 차례대로 그 뒤를 따랐다. 남부여대하여 향청껄을 벗어난 그들 일행은 누교 앞의 갈림길에 이르러 잠시 지체하였다. 앞장서 걸어가던 중산이 친정에서 하루 이틀을 더 쉬어 가기로 한 부인과 하직 인사를 하기 위해 길을 멈추고 말에서 내린 것이다.

가마에서 내릴 것 없어요. 집 걱정은 말고 나중에 돌아와서 후회 안 되게 그동안 못다 한 친정 어르신들에 대한 효도를 마저 해 드리고, 쌓인 회포도 마음껏 풀고 잘 쉬었다 오구료.”

중산은 가마 문이 열리자 부인에게 먼저 하직 인사를 한다. 층층시하의 종갓집 종손 며느리의 친정 나들이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한 번 행차하려면 그 준비와 절차가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한가. 고단한 시집살이를 하는 부인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번 나들이의 준비를 하면서 윗전들께 스스로 앞장서서 친정집에서의 유숙을 허락받은 그였다 .

중산은 가마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돌아서다 말고 다시 부인에게 거듭 당부를 한다.

특히, 용화 할머님께서 주문하신 운곡 할아버님의 섭생과 기후며 체후를 두루 보살펴 드리고 오는 일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시오.”

명심하고 있으니 제 걱정은 마시고 부디 조심해서 가십시오.”

가마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부인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중산은 말에 훌쩍 올라탄다.

박씨 부인은 가마를 타고 유모와 하녀를 거느린 채 아까 들렀던 해천껄 친정집으로 다시 향하였고, 김 서방과 함께 뒤에 남은 중산은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그들의 행렬을 잠시 지켜보고 있다가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발길을 돌린다.

여기서 자기네 집이 있는 상남면 동산리까지는 삼십 리가 넘는 먼 길이다. 하지만 남문 밖의 배다리 나루에서 나룻배를 엮어서 만든 부교를 건너서 삼문리 벌판을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이 있고, 길은 멀어도 배다리 나루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감내 쪽의 사포(砂浦)를 우회하여 멀리 동산리까지 강을 따라 흘러가는 뱃길도 따로 열려 있었다.

그러나 해천의 누교를 지나서 곧장 지름길인 배다리껄로 향해야 할 중산은 김 서방과 말구종 춘돌이를 대동하고 그대로 사포 쪽으로 통하는 대껄 큰길로 접어들었다.

서방님, 감내 쪽으로 둘러서 가시게요?”

먼 길을 바라보며 김 서방이 물었다.

그 길은 지름길이 있는 영남루 아래의 배다리 나루 쪽하고는 전혀 다른 방향인 것이다.

감내 장터에 들렀다 가세!”

앞장을 선 중산은 갓끈을 고쳐 매며 저 멀리 뿌옇게 피어 오른 연무 속에서 서산으로 기운 저녁 햇살을 받아 더욱 아득하게 보이는 부북면 제대리(提大里) 쪽을 바라본다. 그쪽 하늘만 바라보면 떠오르는 생각, 그것은 조선 성리학을 접하기 훨씬 이전의 어린 유년 시절부터 집안 어른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 점필재 김종직 선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함께 보석처럼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된 그분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는 내친 김에 점필재 선생의 고향으로 그의 탄생에 관한 전설이 남아 있는 감천 쪽에 들렀다가 거기서 밀양·구포 간을 내왕하는 황포돛배를 타고 동산리로 돌아갈 생각인 것이다.

아침에 읍성으로 나올 때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태어난 감천리(甘川里) 하감 마을에서 정월 대보름에나 주로 행해지던 <감내 게줄 당기기> 놀이가 오늘도 다시 열린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내 마을의 게줄 당기기.

그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이면 으레껏 한 번씩 행해지던 포구 마을의 평범한 민속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력이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출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다, 왜놈들의 무단정책에서 나온 대중집회 금지 조처로 인하여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열리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지난 정월 대보름에 행한 바 있는 그 민속놀이를 단오 명절인 오늘 마지막으로 다시 펼치기로 했다고 하니 중산으로서는 애석한 마음과 함께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기 1431년 세종 1368일 경자일(庚子日)에 밀양 고을의 서쪽 부북면 서대동리[提大里] 한골 후산 기슭에서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탄생했을 때, 장차 조선 유학의 태두로 우뚝 서리라는 전조(前兆)였던지 사흘 동안 단물이 흘렀다는 감내천.

지금도 그의 향리인 제대리 한골 마을 앞으로 흐르는 냇물을 감천(甘川)이라 하고, 마을 이름을 감천리(甘川里)라 지칭하게 된 것도 거기서 유래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내천이 흐르는 제대리 한골 마을은 점필재 선생의 출생지이자, 선생의 진외종손이면서 동시에 문하생이기도 했던 동산리 여흥 민씨 문중의 오랜 자랑인 오우선생(五友先生) 다섯 분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였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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