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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

[2019-12-13 오후 3:32:37]
 
 
 

남자들은 셋만 모이면 군대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여자들 셋이 모이면 그저 자식 이야기뿐이다. 시간도 열정도 아깝지 않는 것이 내 아이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냥 평범한 이야기지만 곧 여자에게는 최고의 이야기인 것이다.

도서관에 꼽힌 신간 중 눈에 쏙 들어오는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란 제목의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려졌다.

정경미가 지은 이 책은 현재 12년 차 중학교 국어 교사인 그녀가 제발 퇴근이 좀 하고 싶다는 호소력 짙은 어휘로 눈길을 끈다.

어찌 엄마가 퇴근이 있단 말인가? 24시간 엄마는 쉼도 퇴근도 없는 법이다. 잠자는 시간에도 육아에 시달리고 아빠들은 그저 직장에 나가서 돈만 벌어오면, 즉 생활 자금이나 들고 오면 그로 끝이다. 적어도 우리의 육아 시절엔 그랬다.

요즘 신식 아빠들은 젖병 가방도 들어 주고, 아기도 어깨에 메고도 다닌다. 참 세월 많이 변했다 싶다. 이유식 시기에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흘리는 것이 더 많다. 작가도 예외 없이 먹여 주고 바닥에 지저분하게 떨어지면 또다시 치우는 일이 시작됐다. 깨끗한 성격만큼이나 부산을 떨며 그리 키웠다. 적당히 흘리며 먹다가 시기가 지나면 안 흘리게 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스스로에게 맡기기보다 일일이 먹여준다. 내 아이가 일등을 해야 하고 한글도 남보다 먼저 떼야 하는 등 부모 욕심은 끝이 없다. 필자도 자식을 키웠지만, 그런 욕심은 과욕일 뿐이다.

작가는 여섯 살짜리 아들을 놀이터에 데려가서 안전하게 노는 법 등을 가르친 다음 혼자 놀게 두었다. 이웃집 엄마가 아이가 혼자 있어서 염려스럽다며 전화를 하고 집으로 데려다.

과보호 왕국인 우리의 엄마들은 절대로 혼자서 공원에 놀게 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랬다.

필자의 85년생 딸이 일찍 결혼해서 낳은 4학년, 1학년인 남매는 먹을 것과 필요한 용품 등을 준비해 주면 잔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필자는 아이가 다 크도록 물심부름 한번 시키질 못했다. 그저 아까워서, 더구나 10년 만에 낳은 딸이라서 정말 땅에도 안 놓고 키웠다.

집안 행사장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기들이 물 컵을 들고 신발을 신고 나가서는 각자 두 컵씩 들고 온다. 하나는 할머니 것이란다. “그래도 아기들을...” 하면서 애처로워들 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내가 후딱 나가서 떠오는 것이 외려 편할듯한데 딸이 시키는 훈육이니 속만 아팠다.

정경미는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피신하듯 복직을 하고, 정말 낳아 기르고 싶은 딸은 포기한 상태다.

아기를 안고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어 운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남편과 어머니가 도와주기는 해도 전적으로 육아는 엄마 몫이다.

작가는 학생이 자퇴하겠다고 하면 일단 불러서 이유를 묻는다. 보통 부모나 담임은 너 미쳤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중학교만 나와서 사회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일단 윽박지른다.

그러나 작가는 이유를 다 들어 보고 아이 말에 공감하며 해결책을 찾는다. 아이는 자기 마음을 알아준다는 동질감에 펑펑 울며 그냥 화가 나서 해 본 말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순진무구한 우리의 아이들은 잔뜩 예민한 사춘기라서 자기 이야기만 들어줘도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아이가 네 살쯤 되면 스스로 목욕하도록 하라고 권한다. 친구들은 아니 그 어린것이 어찌 씻느냐 샴푸랑 비누가 그냥 묻어 있지 않으냐고 한다. 의외로 아이는 혼자 잘도 씻고 나온다. 가끔은 비누냄새가 나도 지켜본다고 한다.

필자의 손자가 몇 해 전 자기 엄마가 아파서 못 일어나니 케이크 자르는 칼로 사과를 깎아서 엄마에게 드시라고 한 적이 있다. 물론 필자의 딸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내게 전한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칼을 잡고 안전하게 깎을 수 있도록 지도한 다음 칼도 주고 유아용 가위도 잘 안 든다고 해서 일반 가위를 맡기는 통 큰 엄마이다.

해외로 첫 가족 여행을 떠나서 놀이터에 들린 아이는 놀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 놀이에 눈길만 주었다. 한참을 보던 아이는 결국에 달려 나갔고 거기서 진흙 놀이도 하고 그네도 탔다. 엄마가 왜 처음부터 놀지 않았냐고 물으니 저기서 놀면 옷을 다 버리잖아요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엄마들의 공통점인 육아법이다.

그래서 작가는 꼭 놀이터를 가더라도 여벌옷을 준비한다. 그녀는 현재 롬미책방이라는 독서 모임을 가지며 육아의 갈등이나 고민에 대해서 털어놓고 블로그나 유튜브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전국을 누비며 상담, 강연 등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그녀도 때로는 아프단다. 그때마다 글을 쓰는 습관이 책을 만들게 되었고 그녀의 남편은 주말 부부이고 거의 혼자서 독박육아를 했다고 한다.

결국 그녀도 퇴근은 못 하지만 가족들 도움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맘의 대변인인 듯해서 전업주부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우리네 그 시절을 회상하며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란 생각으로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흐른다.

곽송자/주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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