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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2)

[2020-01-10 오후 5:13:02]
 
 
 

3장 우국(憂國)의 밤

이상한 만남(2)

 

그를 객줏집으로 안내할 때부터 상전의 의중을 꿰뚫고 있었던 김 서방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허리를 구부리며 다짐을 한다.

서방님, 이쪽 걱정은 마시고 마음 편히 담소를 나누시다가 분부하실 일이 있으시면 즉시 소인을 불러 주시소!”

중산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왁자지껄한 술청과 마당 쪽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고 난 다음에야 사내와 함께 주모를 따라 멀찍이 떨어진 토방 쪽으로 멀어져 간다.

황토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허름한 방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메주 냄새 같기도 하고 생선 비린내 같기도 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포구 가까이에 있는 객줏집이라 장이 서는 날이면 타관에서 온 수많은 보부상들과 짐꾼들이 밤늦도록 술판이나 투전판을 벌이면서 묵어가는 곳인 모양이었다.

천장도 없이 지붕의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에 황토 흙을 발라 놓은 것이 그대로 천장인 셈이었고, 방바닥은 수숫대로 엮어서 만든 투박한 돗자리가 깔려 있었는데, 사방 흙벽에는 손톱으로 눌러 죽인 피 묻은 빈대 자국에다 숯검정으로 그려진 온갖 글씨의 낙서며, 바를 정자(正字) 모양으로 장사치들이 그려놓은 계산의 흔적들까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술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으면서 중산이 먼저 사내에게 손을 내밀면서 정식으로 악수를 청하였다.

어쨌든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까 그쪽 동행자가 말했듯이, 시생은 동산리 여흥 민씨 종가의 종손인 중산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사내도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주저하지 않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 그렇습니까? 나는 신의주에서 미곡상을 운영하고 있는 황상태 (黃祥泰)라고 하는 사람인데, 출신이 변변치 못하여 자호 같은 것은 아예 없습니다!”

아까 동행자가 지칭할 때는 최 선생이라고 하더니, 자신은 여기서 황상태라고 다른 이름을 대면서도 어떤 거리낌이나 망설임 같은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가 그렇게 할수록 중산은 호기심이 더욱 일면서 어떤 확신이 서는 기분이었다.

, 그래요? 그렇다면 아주 먼 신의주에서 이런 벽촌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소이다 그려!”

사내의 잔에 술을 따라 권하는 중산의 얼굴에 일순간 묘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마치 그의 겉껍질 속에 숨겨진 천고의 비밀이라도 감지해 내었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만은 호기심이 넘쳐나고 있었다. 안으로 타는 듯한 뜨거운 눈빛이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 돈 될 만한 곳이 있으면 어디인들 못 가겠소!”

사내는 중산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면서 안광이 빛나는 그의 얼굴을 무심한 눈빛으로, 그러나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유심히 바라본다.

그래요? 그러시다면 이런 원처에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어떻게 거래는 좀 하셨습니까?”

미곡상이라고 하는 바람에 그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는지 짐짓 시치미를 떼고 물어 보는 말이었다.

원래 장사라고 하는 것이 재미를 좀 볼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고 하는 것이 다반사라.”

사내는 거짓인지 참인지도 모를 궁색한 말을 하면서도 그런 게 몸에 밴 듯이 정연한 몸가짐과 의례적인 말소리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중산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 술을 천천히 마시고는 안주를 집어 먹을 생각도 않고 점잖게 술을 들이키는 사내를 이윽히 바라본다. 가까이 마주 앉아 자세히 바라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략 서른 대여섯 전후쯤은 되었을까. 허름한 양복에 노색인 밤색의 중절모를 쓰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나이가 적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밝힌 대로 정말로 한·만 국경 지대인 신의주에서 온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단순한 미곡상은 아닌 성싶었다. 아까 남다른 시국관을 가지고 자기네를 비판한 사실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이쪽에서 중산이 자호(字號)라고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뜸 자호를 들먹이며 신분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며, 어떤 원칙이 밴 듯한 그의 말투부터가 거친 시장 바닥에서 함부로 굴러먹으며 잔뼈가 굵어진 타산적인 장사치들의 그것과는 사뭇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나 중산은 사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넌지시 그의 속을 다시 떠 본다.

그런데 미곡 거래를 하시려면 미곡 생산과 거래가 일상적으로 크게 이루어지는 곳으로 가셔야지, 이런 궁벽한 포구 마을로 오시다니. 시생이 보기에는 암만 해도 길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소이다 그려.”

내가 잘못 찾아오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넓은 수답(水畓)을 끼고 있는 이곳 감내 정도면 미곡 생산지로서는 좁은 곳이 아니지요!”

이곳 지리에도 어둡지 않은 듯, 사내의 말에는 아무 주저함이 없었다.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이곳보다는 우리 동산리의 상남벌과 파서리의 하남벌이 훨씬 더 넓지요! 진정으로 산지 미곡을 다량으로 직접 매입하실 요량이시면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실 게 아니라.”

중산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눈치 챈 것일까. 사내는 그의 말을 자르며 이렇게 반문한다.

그야 장사를 하다 보면 대규모로 도매를 할 수도 있고, 형편에 따라서는 소매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이곳에 온 것은 소매를 위한 것이니 중산이 말하는 상남벌이나 하남 벌과 같이 아주 넓은 미곡 생산지에는 아예 가 볼 생각조차 없다는 뜻이리라.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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