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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배가 아프지 않았다

[2020-02-23 오후 5:19:05]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정원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파랗게 돋아나는 풀이다. 해마다 풀과의 전쟁이 만만찮지만 긴 겨울을 이겨내고 파란 싹을 내미는 것을 보니 반갑기까지 하다. 며칠 전 찾았던 지인의 집 뜰에는 벌써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 있었다.

이른 봄볕을 등지고 마당을 서성이던 대쪽 같은 정의파 김 주사. 이웃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가 퇴비 몇 포를 그냥 가져가서 정원수에 뿌려주라고 했지만, 굳이 판매상에 가서 퇴비를 구입해 왔다. 그는 공정이나 정의에 대해서 한 번도 그 의미를 따져보지 않았고 그와 관련해 누군가를 험담해 본 일도 없다. 그는 스스로의 행동을 그냥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의 삶은 아주 단순하다. 요령 피우지 않고 옆 눈을 살피지 않으며 이해 충돌 시 자신의 욕구를 먼저 내려놓는다.

그는 수십 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무로 인한 갈등을 별로 겪어보지 않았다. 원칙만 생각했고 그 외의 방법은 고려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에서 주는 정당한 보수 이외에는 단 한 푼의 수입도 넘겨다본 일이 없다. 그러니 공적 지위를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라는 부패의 대표적 행위 따위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외골수로만 사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퇴직 후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삶을 계속하기 위해 노력 해왔다.

그런데 우리의 정의파 김 주사가 최근 들어 아주 힘이 빠지고 어깨가 축 늘어졌다. 자신의 삶의 행적이 아내는 물론 자식들로부터도 무척 존중받고 있으며 또한 가족들을 만족시켜 주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때문이다. 가족으로부터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 해왔던 사람이었으니 오죽 했겠는가.

지난 설날에는 큰아들 부부와 손자, 손녀, 결혼하지 않은 딸과 막내아들이 모두 모였다. 온 가족이 함께하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몇 잔 걸친 김 주사는 가족들에게 스스로 자랑(?)을 늘어놓았다. “며칠 전 고등학교 친구 몇 명이 모여 고급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지. 일인 당 10만 원짜리라는데 생전 처음 보는 푸짐한 밥상이었어. 술도 양주와 와인이 들어왔어. 나는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이 양주를 몇 잔 마셨지만 통 맛을 모르겠는데 취하기는 마찬가지였어. 그리고 말이야 당신도 잘 아는 이○○ 사장이 새로 구입한 외제차를 타고 왔는데 그게 15천만 원짜리라는 거야. 그리고 너희들 친구 ○○이 아버지 윤○○ 사장이 그 날 저녁 값을 냈는데 100만 원이 훨씬 넘는 거야. 난 그런 자리에서는 한 번도 밥값을 낸 일이 없었지. 그래도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해. 그들은 내가 정직한 공무원이었던 걸 잘 알기 때문이야.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친구들 젊었을 때 나한테 푼돈 몇 만원씩 안 빌려간 사람이 없어. 그러나 나는 한 번도 돈을 빌려 본 일이 없지. 그러니 날 무시 못 하지. 들어보니 열심히 일해서 번 돈도 아니더라고. 땅 사서 불리고 은행 돈 빌려 집 사서 불리고 말이야. 나처럼 열심히 직장생활 하며 정직하게 살아 온 사람은 없어.” 막걸리 몇 잔에 잔뜩 취해 무용담(?)을 늘어놓는 김 주사의 귀에 술이 확 깨는 말이 들려왔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살아오신 것 별로 자랑 할 게 못됩니다.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온 사람을 인정 해주기나 하는 줄 아세요? 그냥 주변인 취급 받기 일쑤라고요. 아버지가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오신 것은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부모님도 좀 덜 정직하더라도 남들처럼 요령껏 사시면서 은행 돈 빌려서 부동산에 투자도 하고 해서 좀 많이 벌어 놓으셨으면 저희들도 좀 더 일어서기 쉽지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아버지처럼 가난한 정의파로 살기는 싫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 .”

얼마 전에도, 설을 지났으니 술 한 잔 하자는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 지갑을 열어보니 오늘도 내가 술값 내기는 틀렸다. 그래도 어깨를 펴고 식당에 들어섰다. 그런데 오늘은 가벼운 안주에 막걸리와 소주였다. 갑자기 힘이 나고 나도 이 정도 쯤이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 돈 많은 친구들 앞에서 술값을 내는 이 기분이라니. 그것도 평생 정직하게 살면서 바르게 번 돈으로 말이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바르게 돈을 벌겠지만).

술도 깰 겸 중간쯤에서 택시를 내려 걸어오는데 가로등 옆의 산수유 꽃이 초롱별이 되어 내 눈 속에 확 들어왔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어서 봄도 일찍 오나 보다. 부유하고 기름지게 잘 사는 친구들의 땅값, 집값 올랐다는 이야기, 돈 자랑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배가 아팠는데 오늘은 배가 아프지 않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정의파 김 주사가 자랑스럽게 술값을 냈으니까. 그리고 친구들이 모두 부자이니 나에게 푼돈 빌려 달라고 할까봐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자랑했다. 오늘은 내가 술값을 냈다고.

 

정상진/前밀양초등학교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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