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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2020-03-04 오전 11:27:41]
 
 
 

     감자

                             라옥분

 

지난여름 비극은 시작되었다

 

주방 한 구석 그 흔하다던 빛 한 줄기 구경한 적 없고

답답한 가슴 쓸어줄 바람 한 점 오지 않았다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어야 할 이놈의 팔자

성질 급한 녀석은 하늘 향해 촉수를 곤두세워 두 팔 벌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불평만 늘어놓던 녀석

물귀신 작전으로 속을 까맣게 태우는데

탱글한 몸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놈이 있는가 하면

짊어진 근심 버거웠는지

망가진 몸매가 말해주고

하나, 둘 자리 비우는 녀석들

가야 할 곳 어디던가

 

어느덧 겨울 지나 봄

느지막이 틔운 새싹 고이 간직하고

따스한 손길에 닿아

온갖 정성 다 쏟으며

포근하게 다독여 감싸

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의 삶은 시작되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창신대 문예창작과 졸업

라옥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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