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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의 역할

[2020-05-15 오전 10:26:49]
 
 
 

현명한 사람은 바보에게 오래 화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살다보면 턱없는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과도 맞닥뜨리게 된다. 지역신문이 이런 사람들을 때로는 달래고 품어주어야 한다. 다소 생뚱맞은 얘기 같지만 매우 통찰력 있고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노스캐롤리나 대학교의 언론대학 교수이며 지역신문을 운영한 조크 로터리 (Joke Lauterer)지역신문의 피처 (feature)기사는 소스속의 마늘이고 식탁위의 꽃이고 오랜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와 같다는 말을 했다. 마치 친한 친구의 위로와 격려를 듣는 듯한 의미 있고 포근한 말투의 기사들. 언론 보도는 아주 격조 높고 용기와 외교적 수완과 헌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신문을 한때 고향신문이란 표현도 했다. 출향민들이 고향소식을 접하기 위해 선호하는 신문이란 뜻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신문이란 그보다는 훨씬 높은 차원의 의미를 지녔다고 독자뿐 아니라 언론 학자들이 정의한바 있는 것이다. 지역신문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 한다. 야간 경기장에서의 아이스크림 같은 역할, 공동체가 공유하는 아름다운 추억의 반추.

즐거운 척 포장되고 과장된 TV토론들과는 다르게 소박한 시선의 진지함. 미국의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라는 지역언론은 17번이나 플리츠 상을 받은 바도 있다. 그만큼 지역민을 깨어있게 고무하고 헌신적인 애정을 가진 전문성을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날 장애인 노파가 혼자 휠체어를 타고 낙엽을 줍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고 상상해보라. 만약 골목길에 그 지역을 위해 일하는 지역 신문사의 품위 있는 간판이 종업원과 함께 근사하게 붙어있다면 관광객이 그 밑에서 사진을 찍거나 신문사를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우리의 임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을 보도하는 것이라고 자부한다면 감탄을 금치 못하는 새로운 독자가 생겨 날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들이 그 지역에 자랑스럽게 존재함을 각인 시켜주는 신문. 우리는 어려울 때에 당신네 신문이 해낸 업적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지도에서 마치 현 위치를 찾아내는 심정이 될 것이다.

언론이란 자주 누구에게 기사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것이 저널리즘의 본질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역언론은 위축되거나 주저할 것도 없이 틈새 언론 또는 타킷 마케팅임을 선언해야 한다. 모두가 떠나가는 중소도시 반 농촌의 말라가는 듯한 모습이 아니라 순환 고속도로 주변의 새로운 준 교외 지역의 특성을 부각해야할 것이다.

왜 선진국 주민들은 작은 도시를 선호하는가. 교육심리 학자들은 작은 도시에서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는 사례들도 발표한바 있지 않은가.

발달 심리학자 린 버논 퍼건스(Lynne vernon feagans)는 멀리 있으면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말을 한바있다.

출세하면 고향 가까이 더 가까이에 살고 싶어진다. 밀양신문은 해외 동포들에게도 많이 읽히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의 더 넓은 초원에 게양대까지 세워 태극기를 높이 달아 논 해외동포를 보면서 향우애나 동족애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개구리는 자기가 살았던 연못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언론윤리학자 도날드 슈라이버 (Donald shriver)는 지역신문의 핵심은 대화의 공공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화의 공공성이 없으면 사회구조는 냉담과 소외에 의해 무너진다고 언론학자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인의 실패와 성공사례의 철학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일상적인 주제를 따뜻한 마음씨로 기록하고 견해를 표방하는 것이다. 대형 미디어 보다 더욱 정확하고 인간미가 넘쳐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윈윈의 고리, 그것은 상투적인 이전투구의 고발이거나 고리타분한 인맥주의가 아니다. 스텐포드 대학의 나딘 크루즈(Nadinne cruz)가 말한 위대한 우리, 거대한 우리라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에 우리는 더욱 따뜻한 인간애와 인간적인 것을 갈구하게 되었다. 지역은 이제 손에 손잡고 지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며 작지만 큰 신문을 표방해야 할 것이다. 열악한 환경으로 온갖 찌꺼기나 부유물로 가득한 메꾸기식 기사가 아니라 참신하고 가슴 찡한 기사들로 넘쳐나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엘리트조차 작은 신문이라 얕잡아 볼 것이 아니라 기자, 발행인, 편집자의 투철한 사명감과 따뜻한 정신만 살아있다면 긴 근무 시간과 낭만적인 빈곤이 아니라 더 높은 단계의 저널리즘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정서적이고 지역민의 혼을 담은 신문, 발육 저지나 지진아를 면치 못하는 신문이 아니라 런던이나 뉴욕에서 그 나라 국적으로 바꾼 사람들도 찾는 신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는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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