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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ron-Najera 29km

[2021-02-04 오후 12:02:46]
 
 
 

Santiago 순례길 도전하며 걸으며

(Logron-Najera 29km)

 

벌써 걷기 시작한지 7일째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이 지나고 길이 지나고 그럭저럭 한 200 km는 걸은 것 같다. 길과 내 자신을 사랑한 그동안의 결과다. 걸으면서 지나온 흔적을 하나 둘 되살려보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부족하고 흠집이 많은지 부끄러움 막 밀려왔다.

이번 순례길 여정을 통해 지난날 잘못을 회개하고 좀 더 영혼을 살찌우는 삶을 살아야 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땀만 흘린 800km 트래킹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어제 오후 3시경 이 동네 Munlcipal Albergue에 여장을 풀었다. Albergue는 순전히 순례객들만 사용할 수 있는 숙소다. 일반 여행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 우선 순례 시작 도시에서 순례자 여권(Credencial)들 받은 자만 이용할 수 있다.

Albergue 숙소는 공립과 사립 2가지가 있는데 공립이 좀 저렴(1박에 510유로) 사립은 시설이 좀 좋은 반면 가격이 살짝(1215유로) 비싸다. 요새 비수기라 사립 Albergue 는 거의 문을 다 닫았다.

순례객들이 편하게 1박 할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이 잘 갖춰있다. 잠은 무조건 도미토리에서 자야한다. 남여 구별 없이. 침낭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샤워실, 세탁실, 부엌, 휴게실 등 지혜롭게 이용하면 불편할 게 하나도 없다.

필자는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있다는데 크게 만족했다. 하루 2040 킬로 가까이 걷고 밖에 나가서 끼니를 때우기 보다는 내 입에 맞는 음식을 요리해 먹는 것이 더 없이 재미났다.

스페인 생활 물가가 그리 비싸지 않았다. 어제 오후 카루푸 슈퍼에 가 돼지고기 반 킬로(2유로) 500g 기타 채소 다해야 10유로 정도다. 이걸로 저녁 아침 점심 도시락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여기 올 때 다시다 스프를 한 10개쯤 가져왔다. 국 끓일 때 효자였다.

어제 밤 젊은 친구들 밤늦게까지 음식 와인을 나누면서 수다떨고 노는데 난 초저녁 잠에 밀려 골아 떨어졌다. 어김없이 새벽 4시경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묵상하고 일기 쓰고 오늘 일정 계획하고.

여느 때와 같이 아침 8시에 가슴 깊숙이 파고든 Logrono를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 Nijero로 향해 출발했다.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했다. 이번 주 일기예보에 구름은 있어도 비는 없단다. 남들은 발에 물집 무릎 발목 통증 어지러움을 호소하는데 필자에게 아직은 별 탈이 없다.

희미한 새벽 10여 킬로 떨어진 Navarete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완전 포도밭 들길이다. 이 동네가 Rioja 포도주로 유명하다. 그래 중간 중간 Bodega(양조장)이 보인다. 요새는 모두 문을 닫았다. 동네 공원에 양조에 필요한 대형 항아리가 전시되어 있었다.

걷는 중에 씨알이 부실한 포도가 아직도 달려있었다. 몇 송이 따 입에 넣었더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워킹 간식으로 최고 선물이었다. 알이 송송 박힌 몇 송이를 따서 저녁 간식으로 가져왔다.

Navarete 동네 교회가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갔다. 오늘 주일이라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중세 시대에 세워진 교회들 정면 좌우 장식이 무척 화려했다. 예배 분위기는 정말 엄숙했다. 교인은 동네 노인들 한 20여 명이 전부다. 근엄하신 신부님 강론을 한 5분 정도 경청하고 그동안 무사했음에 감사한 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1시간 반 정도 더 걸어서 인구 한 500여 명 쯤 사는 Ventosa 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여기도 동네 한가운데에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를 만날 때마다 예수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기에 이런 조각을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폭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친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참 변덕스런 날씨다. 한참을 걷다가 반원 찬란한 무지개도 만났다. 워킹 하다가 두 번째 만난 무지개다. 이 무지개를 즐기는 새떼들의 비상하는 대장관도 만났다.

오늘 목적지 Najera까지 약 30km 그 어느 구간보다 멀고 힘들었다. 목적지 10km를 앞두고 폭풍 같은 맞바람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한걸음 떼기가 너무 힘들었다.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맞바람 장애물 도전을 그래도 잘 극복해 천국 같은 Albergue에 도착해서 쉼을 가졌다.

아침 8시에 출발해 오후 4시경 목적지에 도착했다. 8시간 워킹에 약 30km를 완주한 것이다. 완주는 했건만 정말 죽을 맛이다. 내일은 하루 쉴까? 또 건너뛸까? 그래도 그림 같은 Najera 긴긴 다리를 건너면서 오늘 도전이 내공으로 더 쌓여질 것을 기대해 본다.

순례길 중 만난 현지인

 

주태균/  코이카 111기

주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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