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은 어떤 건강법인가(20)
⊙주부습진과 뜸
어느 날 고향 후배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아내의 손에 습진이 생겨서 스킨십이 이루어질 때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대놓고 싫다할 수도 없고 그동안 병원처방이며 피부에 좋다는 여러 가지 약을 사용해 보았지만 조금 낫는듯하다가 다시 재발하기를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주부들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는 피부염(皮膚炎) 증상이라 하여 주부습진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주부들 외에도 물과 세제 등 피부의 각질층이 손상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는 음식점 주방 종사자나 세탁 혹은 청소일, 의사, 간호사 등에게도 많이 발생하는 직업성 피부염이다.
주부습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피부에 농약, 세제, 비누, 물, 식재료, 고무, 플라스틱, 금속제품, 화공약품 등의 자극으로 인해 생기게 되고, 두 번째로는 인체 내로 들어온 물질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과 함께 생기며, 세 번째는 피부를 자양하는 생리상의 장애(障碍)로 인하여 피부가 약해져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작금에는 코로나19로 잦은 손 소독제 자극에 의해 피부염이 유발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주부습진의 흔한 증상은 손가락 끝 부분의 피부가 얇아지면서 붉은 반점이 생기고, 피부를 보호해주는 각질층이 벗겨지게 된다.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해질 경우 피부 층이 나무의 보굿비늘처럼 두꺼워지면서 갈라지기도 하고 갈라진 틈으로 피나 진물 등이 나면서 통증을 비롯하여 따갑고, 가려운 등의 다양한 이상 증후를 나타낸다.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면 손목까지 옮겨갈 수 있으며, 심하면 전신 소양증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또 주부습진은 접촉을 통해 옮겨갈 수 있는 증상이므로 접촉을 삼가는 것이 좋다. 한창 주부습진 대상자들과 접촉이 잦아졌을 때, 필자도 어느새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 뜸으로 다스린 경험이 있다. 손바닥에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 박테리아와 같은 구균이 발의 무좀과 같이 접촉을 통해 옮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심한 상태라 할지라도 뜸에는 버티지 못한다. 수십 년 피부염을 접해 오면서 주부습진에 관한한 가장 괄목할만한 효과를 나타낸 것이 뜸이기 때문이다. 뜸의 무엇이 이토록 고질적인 피부염(皮膚炎)에 탁월한 치유(治癒)효과를 나타내는 것일까.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빛과 열에도 취약하지만 쑥의 연기(煙氣)와 진액(津液)속에는 이러한 세균을 박멸하는 소염(消炎)성 약리성분이 있다. 세균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 의하면, 20분간 쑥을 훈연하였더니 즉시 금황색 포도상구균과 B형 연쇄상구균이 억제되었고, 30분간 쑥뜸을 훈연하였더니 대장간균이 억제되었으며, 50분간 훈연하였더니 녹농간균을 억제되었다는 보고이다.
체험적으로 쑥뜸에서 나오는 연황색 기름을 입술이 헌데나 상처부위에 발랐을 때 잘 아무는 효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뜸으로 주부습진을 다스리는 요령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습진이 있는 손바닥 부위에 우각기와 같은 간접 뜸 기구를 올려놓고 뜸을 하면 된다. 손바닥이 심하게 따갑고 가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되레 시원한 감을 느끼며 하루나 이틀에 1회를 2주 정도 하면 서서히 아물게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좋다.
우보 문장복/(사)전통온열연구원 총재
문장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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