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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의 풍경들

[2019-05-10 오후 2:42:00]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미풍양속이 있었다. 그 모두는 어디로 사라져 가는 것일까 안타까울 때가 많다. 도시 학자들은 말한다. 시민들의 존엄성이 보호받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가 설계되어야 한다고. 어버니즘(urbanism)을 주창하는 도시 운동가인 엔리케 페날로사는 도시의 공공 공간에는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영역은 점차 사익화 되고 자동차나 노점상들에 의해 점령당한 것이다. 시민들의 공공영역은 점차 무시되고 주인 없는 맹목의 관리부실로 파괴되어 간다. 횡단로를 자동차가 막아 놓은 거리를 걷는 즐거움이 있겠는가. 공공장소에서 정서나 로망을 즐기는 소박한 즐거움이 있는가. 노인들은 소리치고 여인들은 무소불위(無所不爲)로 어디서나  박장대소하며 품위를 떨어트린다. 그렇다고 초면의 옆 사람과 대화라도 나누기나 하는 것인가. 골목길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도시는 이제 평화로운 안식처가 아니라 흉물스런 괴물로 되어가는 느낌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이를 깨달은 행복도시 운동(Happy city movement)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의 형태와 혼란스런 정신을 개선하려는 운동, 이웃과의 교류와 소통을 위해 담장을 허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비참한 도시는 20세기에 역동적으로 발전한 도시라고 말한다. 우울증 환자가 두세기 전보다 10배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쾌락과 환락의 쳇바퀴 터널. 부유한 엘리트 자녀들이 폭력과 마약에 빠져들고 있지 않은가. 마약은 개인적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다. 도시 곳곳에선 번듯한 파워 빌딩들이 인간의 감정을 옥조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팽창된 교외지역을 유지하기엔 출퇴근 시간이 길고 에너지의 낭비가 만만찮은 것이다. 이제 어쩔 수없이 시민들이 공동체 지향적인 삶으로 회귀해야 한다. 우리는 왜 군중 속에서 외롭다고 느껴야 할 것인가. 자신이 사는 도시가 인간미가 없는 천박한 도시라고 불평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낯선 사람과도 대화를 서두르고 소박한 미소를 나누고 인사를 주고받아야 할 것이다. 옛날엔 버스나 기차간에서 옆 사람과 말동무가 되고 음식도 나눠 먹었다.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도시를 설계하고, 순수한 자연의 느낌, 누가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왜 우리는 줄 돈을 다주고도 대우받지 못하고 셀프 서비스를 받아드려야 하는가. 그리스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인간다운 삶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영혼이 만족스러운 상태, 인간성이 풍부히 피어나는 삶,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또는 윤리적으로 행동할 때 순수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촬스 몽고메리).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살리는 시대로 회귀하자. 도시의 확장은 이익집단이 설계한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예측하지 못한 소음이나 막다른 골목길의 절박함이 아니라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기가 넘쳐나는 도시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무리를 지어 살면서도 어둠이 지면 적막강산의 소도시 풍경이 아니라 인간미가 넘치는 행복한 곳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국의 사람들은 긴 겨울을 지혜롭게 즐기며 보내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풍경은 물론 인간의 냄새가 곳곳에서 풍기고, 공기 냄새조차 달라져야 할 것이다. 소도시의 풍경이 아침 일찍부터 대도시의 병원에 가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 아니라 잊어버린 옛 벗을 찾아오고 낯선 이방인을 만나 반기는 조우(遭遇)의 풍경이어야 할 것이다.
 

말년에 행복 경제학자로 변신한 존 헬리엘 교수는 더 많이 모일수록 더 행복해지는, 그래서 소득보다 인간관계가 생활 만족도에 우선이라고 예시한바 있다. 진화 생물학자들은 집단으로 생활하는 동물들은 서로 협력해야 더 성공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는 기쁨을 최대화하고 곤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 형태를 개선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가족관계를 넘어선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들이 수십 년 사이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고립만큼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는 형태와 몰골만 클 뿐 퇴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주민에게 행복대신 상실과 궁핍, 갈등만 느끼게 한다면 도시란 이익 집단들의 타산이나 폭리에 희생된 것이지 살기 좋은 도시, 빛나는 도시(Radiant city)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심으로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햇빛이 눈부신 밀양 강변의 파크 골프장에서 또는 거리 곳곳에서 사랑과 인정을 나누는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도시에서 얼마나 행복한가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유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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