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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질 세상

[2020-09-23 오후 3:51:38]
 
 
 

어느 시골 읍내 길거리에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고 한다.

아들딸 며느리야 올 추석엔 고향 안 와도 된당께!”

그 아래에는 코로나로부터 고향 지키는 부모 모임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건 전남 함평읍에 걸린 현수막이지만 전국 어디서나 사정은 같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 추석은 민족 대이동이 아니라 민족 올스톱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싫건 좋건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명절만 되면 고속도로가 미어지고 서울서 부산까지 차로 10시간이 걸리던 것도 옛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명절이면 한 달 전부터 귀성표 예매가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역 광장에는 6.25때의 중공군 포로 같은 군중들이 쭈그리고 앉아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럼 긴 장대를 든 사람이 그걸 휘둘러 군중들을 정렬하는 광경이 외신에까지 보도되었다. 그때는 역에서 귀성객들이 서로 밀치다 밟혀 죽는 사고마저 생기던 때였다.

중국서는 春節귀성객들이 수천만 명씩 고향을 찾아 가고 미국서도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에는 노부모가 기다리는 고향을 찾아간다. 내 고향, 내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인간의 공통된 귀소본능이다. 이제 코로나가 그런 인간본능까지 차단할 모양이니 그 위력이 대단하다고 할 밖에 없다.

사실상 반드시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도 우리의 인습적이고 고식적인 명절문화는 반성이 필요하다. 여자가 무슨 죄가 있다고 부엌에서 죽자고 일만하다가 명절증후군을 앓아야 하나? 왜 명절에만 노부모를 뵈러 간다고 전 국민이 법석을 떨어야 하나? 평소에 약속해서 부모형제가 만나 차분하게 가족사랑을 확인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아니면 부모님들이 세상구경도 할 겸 자녀를 찾아가는 역할변화도 필요할 것이다.

요새는 제사도 온라인제사가 등장할 정도다. 스마트폰으로 제사 상앱을 클릭하면 紅東白西 떡 벌어진 제사상이 뜬다. 제사상이란 실재로 귀신이 와서 잡숫는 것도 아닌, 그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온라인 제사상도 실재가 아닌 상징적인 것이라면 양자 간에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옛 어른들이 들으면 고약한지고...”하고 화를 내겠지만 제사란 것도 고인에 대한 하나의 추모가 아닌가. 제물을 배설하고 재배를 올리는 朱子家禮식이라야 된다는 법은 없지 싶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는 우주선의 회수기술에 성공하고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사람은 바깥이나 내다보며 경치를 즐기고 기계가 알아서 달리는 무인자동차가 미국서는 이미 실용단계에 들어섰다. 세상은 눈이 어지럽게 발전하는데 조상제사나 걱정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발전적 변화를 촉진한다면 코로나의 공덕이라고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가 한국의 겨울철 대기를 크게 개선한 것이 실증되고 있다. 감염병으로 언텍이 대세가 되자 교통 혼잡이 크게 준 것도 순기능의 하나라 할 만하다.

인간사 모든 것이 일장일단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궂은일도 있고 한밤이 지나면 어느새 새벽이 오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대세가 될 것 같다. 직장인들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출퇴근과 통학인구가 급감한다.

그럼 도심에서 구더기처럼 복닥거릴 필요도 없어지고 너도나도 GTX가 연결된, 공기 좋고 경치 좋고 집값 싼 교외로 나가서 살려고 할 것이다. 그럼 자연 도심에 여유가 생기고 집값도 떨어지고 정부가 욕을 얻어먹는 부동산 문제도 자동해결 될 것 아닌가.

코로나가 비록 무섭지만 화를 복으로 바꾸는 슬기야 말로 인간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닌가 싶다.

배철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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