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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장미

[2019-05-14 오전 9:59:03]
 
 
 

앞마당 작은 정원에 해마다 피어올라 탐스럽게 장식하는 가족이다.


타는 불꽃 절정의 향기를 자아내고 먼동을 밀고 오는 물안개 속 그 청순한 꽃불의 담홍빛 자태가 더욱 놀랍다.


이윽고 5월의 포근한 아침햇살이 화려한 꽃 너울의 길목을 비껴갈 것이다.


그 진실의 흐름을 크레파스로는 찍어내지 못하고 빛깔, 향기, 마음과 눈길 그 잣대로 바라본다.


가슴 속으로 심미안(審美眼)이 밀려드는데 ‘꽃잎의 어울림’ 그 ‘배열의 조화’는 알 수 없고 정갈한 몸짓에 놀랄 뿐이다.


‘정열’이란 꽃말을 새겨보고 꽃잎 둘러싼 태고의 형상미 압도에 혼절(昏絶)한다.


근위병 가시에 흠칫 놀라는데...


감상적 서정시인 ‘릴케(Rilke Rainer Maria)’가 찔려 ‘피 같은 장미’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찬사를 남기고 끝내 중병으로 생명을 앗아간 숨은 복병이다.


5~6월 타는 불볕을 끝내 두려워하지 않는 결기에다 꽃잎의 신비로운 기교와 핏빛 향기를 쏟아내고 마침내 남긴 상처는 불 끄진 잔해, 시들다 망가진 꽃잎과 흔적들, 빛깔도 향기도 마침내 떠나가는 것임을...


빗질에도 빠져 흐르는 쓰레기더미, 하지만 요염과 불 끄진 흔적은 허무만은 아니다. 다시 뿌리로 흙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움의 잔영(殘映)들...


이지러진 끄진 흔적은 허전한 덤불이지만 자연현상의 순환인 것을.


특정향기를 맡으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프루투스 현상’이라고 하는데, 옛 어릴 적 소 먹이고 소 풀 베러 다닐 때 마을 뒤 언덕배기, 개울가, 길섶 등에 외롭지만 야무진 결기로, 매운 향내로 골짜기를 잡고 있는 매서운 강골, 찔레꽃의 진한 향기를 떠올려 보게 된다. 오월의 요정 들장미, 깔끔한 매무새지만 긴장 풀고는 집적이기 쉽지 않다. 매서운 눈초리 스스로 강골이다. 꽃바람에 실린 진한 향기, 애절한 꽃무리 연인 같지만 장미꽃으로 넘어서는 꽃다발도 아니고, 정원의 생울타리 잡고 울고 가는 저 야성 외골수 정갈에 감긴 들꽃이다.


장미꽃 향기의 절정은 ‘새벽2시’라는데 그대로 흘러 보낼 수 없어 어느 심야에 한밤 하늘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삼태성(三台星)의 정적(靜寂)을 잡고, 이윽고 02:00에 장미 덤불에 내려섰다. 세상이 한밤 꿈길 속에 젖었는데 그래도 조심스레 꽃자줏빛, 담홍빛 장미송이들을 양손으로 받쳐 깊은 호흡으로 멈춘다.


“절정인가” “환상인가” “허무인가” 끝내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소개
새시대문학 시, 수필 등단/ 한국·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부산 뉴에이지문학회원/ 한국시인연대회원/ 밀양시청 근무33년(서기관 퇴직)/ 저서-시집 ‘숲속에서 길을 찾다’

김복만/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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