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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시인 수목장 문학기행

[2019-05-14 오전 10:11:22]
 
 
 

4월 13일 버스는 봄 마중을 하는 나비처럼 부드럽게 달렸다. 밀양문인협회(지부장 박태현)는 몇 해 전 선생님의 수목 장지를 찾아뵌 후 올해 문학 기행지로 다시 선생님의 수목 장지를 택했다. 4월의 산하는 복사꽃이라는 붉은 약이 지난겨울의 생채기를 어루만지며 언덕으로 들판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미 벚꽃이라는 봄 약에 효능을 본지라 나의 생채기도 이내 복사꽃에 흠뻑 젖어 들었다. 목적지는 강화도 전등사. 버스 안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간단한 약력과 시가 소개되었다. 뒤이어 문인협회 회원들의 자기소개와 시 낭송 등 서로에 대해 작은 배려와 나눔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나 역시 최근 작품 ‘신념이 된 습관에서 탈출을 그림’을 낭독함으로써 간단한 인사를 갈음했다. 버스는 이러저러한 생각과 배려와 행동들을 싣고 부지런히 강화도로 달려갔다.


함민복 시인, 선생님의 많은 제자 중 한 분이다. 함민복 시인의 시 중에 ‘부부’라는 시는 어렵지 않은 언어로 간명하게 삶, 특히 부부라는 관계의 삶에 대해 노래했다. 시작(詩作)을 공부하며 접한 시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부’의 작가가 선생님의 수목 장지를 안내하기 위해 전등사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수하고 편안한 외모는 그의 시와 같았다. 전등사,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인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관하던 정족산 사고(史庫),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강화도를 지키던 병사들이 남긴 기도와 이름이 남아 있는,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창건한 오래된 절. 열흘 전 밀양을 지나온 봄의 전령, 벚꽃의 하얀 행렬이 이제 막 도착한 전등사. 상춘객들이 붐비기는 했으나 웅장하지 않고 아담한 절의 정취와 배경은 선생님의 시와도 어울렸다. ‘관념을 통해 관념을 허물기’에서 ‘날(生) 이미지’라는 선생님의 생전 작품들에 대한 평가와 전등사는 어느 정도 닮아있었다. 전등사를 좌측으로 돌아 오 분여 남짓 오르니 ‘오규원 시인수목장지’라고 적힌 작은 방향표기 팻말이 보였고 그 방향으로 십여 미터 거리에 대나무처럼 뻗은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밑둥치에  선생님의 시집 ‘사랑의 감옥(문학과 지성사, 1991)’이 놓여 있었다. ‘사랑의 감옥’ 마치 그 시에서의 화자와 아이처럼 선생님은 말을 하고 시집은 듣고 있었다. 화창한 봄의 전등사가 내려 보이는 곳이었다.


2015년, 나는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8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였다. 나의 삶이 돌아온 봄처럼 다시 움트기 시작할 때 시작(詩作)을 공부하며 교재로서의 지면을 통해 처음 뵌 것이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교재 속의 많은 시인 중의 한 명이었다. 밀양 삼랑진 출신의 시인이라는 것과 교재 속에서 만난 선생님의 첫 얼굴 ‘이 시대의 순수시’는 오규원이라는 선생님의 존함을 머릿속에 새겨두기에 충분하였다. 선생님의 시는 공부로서의 작품을 뒤로하고 적지 않은 공감과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던 시였다. 당시 그때까지 선생님이 누군지는 잘 몰라도 자유와 관련해 심히 슬픈 유감을 가진 동질감을 첫 대면에서 느꼈던 것이다.
 

이준식/밀양문인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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