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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경제사
최우성 지음/인물과사상사 발행
[2019-05-13 오전 9:54:48]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만화영화가 있다. 제목은 〈엄마 찾아 삼만리〉. 주인공 마르코가 ‘산 넘고 물 건너’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대체 마르코네 엄마는 왜 저렇게 멀리 일하러 간 거야? 저기가 대체 어디야?’ 지금이야 해외에서 취업하는 사람도 많다지만, 어릴 때에는 머나먼 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이 신기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살고 있는 고장에서 일하고, 멀리 다른 지방으로 가더라도 결국 대한민국 내였으니까. 마르코 엄마가 일하러 간 나라가 아르헨티나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대체 마르코네 엄마는 왜 외국으로 떠나야만 했을까? 마르코는 왜 엄마를 만나기 위해 그토록 험난한 여정을 겪은 걸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는 약 900만 명이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자발적 이민’ 사례다. 그중 많은 이가 문화와 언어가 친근한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당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노동력이 많이 부족했던 아르헨티나는 마르코네 엄마 같은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동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중요한 기록이자 증거물이다. 작가들은 사회를 보는 자신의 관점을 동화에 투영했다. 텍스트(text) 뒤에 가려진 컨텍스트(context)를 보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회현실에 눈뜨게 된다.


성냥팔이 소녀는 당시 유럽 빈민가정 어린이의 삶의 궤적을,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는 산업화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질서 앞에 수공업의 쇠락을 보여준다. 행복한 왕자는 칼자루에 박힌 루비와 두 눈에 박힌 사파이어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세상은 그대로였다. 이는 산업혁명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들춘다. 가난과 질병, 빈부 격차, 열악한 노동환경, 불평등은 몇몇의 착한 마음씨에 기댄 자선활동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이 국가의 책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로빈슨 크루소는 고향을 떠나 35년간 외지를 떠돌고 그중 28년은 무인도에 고립되어 지냈지만, 그가 경영했던 브라질의 농장 덕에 큰 부를 일굴 수 있었다. 졸부(벼락부자)의 탄생은 견고했던 신분 장벽이 와르르 무너졌음을 뜻했다. 크루소의 모험기에 심취한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너도나도 증권거래소로 몰려들었다.
 

이 책은 15편의 동화를 통해 당대 사회현실을 들여다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경제의 흐름을 좇는다. 특히 돈과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을 동화에서 어떻게 풍자했는지 보여주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동화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저자는 오히려 어른이 된 이후 동화의 오묘한 세계에 새롭게 눈떴다고 말한다. 근대 이후 세계경제와 사회경제사에 관심을 두면서, 동화 형식을 빌려 당대 논쟁의 최전선에 뛰어든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거대 월스트리트 패권과의 대결에 대한 은유이자 화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정치적 우화’이고, 『행복한 왕자』는 가난과 질병, 빈부 격차 등의 사회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상기시켰다. 저자는 동화가 탄생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살펴보고 당대의 주요 사건을 곁들여 동화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한다.

박주연/세원문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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