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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업의 굴레

[2019-03-21 오전 9:53:36]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 이전시대부터 업(業)사상의 기본 원리인 인과응보나 윤회의 개념은 인도에서 존재했었다. 초기 인도사상인 리그베다나 브라흐마나시대에서 업 또는 행위의 의미는 제사의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올바른 방법으로 행한 제사 행위는 자연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자동적으로 그 결과를 초래하게끔 되어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시대의 업의 개념은 철학적 윤리적인 의미를 가진 이론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인 제사의식과 관련되어졌다.


그 후 철학적 사유가 발달한 우빠니샤드시대에서는 인간의 운명이란 업의 법칙에 의하여 윤회의 세계에서 끝없는 생사를 되풀이 하는 것으로 믿게 되었다. 또한 석가모니와 동시대인이면서 자이나교의 창시자인 마하비라의 업사상에서는 석가모니 사상과 일부 유사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석가모니의 업사상의 특징은 기존의 업사상을 윤리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해석하여 발전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석가모니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업에 따라서 끊임없이 윤회하는데, 업이란 인간의 모든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의도를 반영하여 행해진 행위만을 지칭한다. 인간의 의도에는 상대적으로 선 또는 악을 반영한다.


따라서 업은 선 또는 악인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업은 좋은 과보를 받고, 나쁜 업은 나쁜 과보를 받는다. 업과 윤회의 관계로 보면, 좋은 업이든 나쁜 업이든 윤회의 세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지만, 선업을 계속해서 쌓는다면 우리의 의식은 깨달음의 세계로 점진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석가모니는 업을 짓는 것으로서 몸에 의한 행위, 언어에 의한 행위, 마음에 의한 행위 등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이러한 업의 기본적 생성조건은 의도적인 행위이면서 선과 악과 같은 윤리적인 행위가 결합되었을 때 업이 생성되어서 업의 결과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석가모니의 업사상은 기계론적이고 숙명론적인 이론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자유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한편 우빠니샤드나 자이나교의 윤회사상과 불교의 윤회사상과의 차이점은 다른 사상에서는 윤회하는 주체를 인정하고 있지만, 불교에서는 무아윤회(無我輪廻)를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윤회는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한 것이어서, 완벽한 깨달음을 얻어서 해탈하기 전까지는 설령 무색계(無色界)의 신으로 태어나도 전생 선업의 과보가 다하면 다시 윤회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또한 육도 중에서 오직 인간만 해탈을 위한 깨달음이 가능한 것이다. 윤회의 원인으로는 욕애(欲愛), 유애(有愛), 무유애(無有愛) 등의 세 가지 욕망 때문인데, 이러한 욕망은 인간의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석가모니의 업과 윤회사상은 철저히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율에 근거한 법칙이라서 엄밀히 말하면 그 누구도 그러한 인과법칙을 깰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업사상이 한국불교에서는 지장신앙이나 아미타신앙을 통해서 따스한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어지고 기복적인 한국인의 종교적 특성이 반영되면서, 인과응보나 자업자득의 법칙을 참회와 반성을 중시하는 지장신앙으로 탈피하고자 했고, 믿음과 염불을 중시하는 아미타신앙을 통해서 윤회의 법칙에서 빠르게 벗어나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석가모니의 업사상을 교정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독 때문에 업을 짓고 윤회하는 것이므로 수형자 스스로 이러한 진리를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일시적인 몸의 구속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뉘우침과 참회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몸과 말의 순화와 교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교정이 필요한 것이다. 업의 생성원인으로는 인간의 의지나 의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갖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스쳐가는 것으로 보이고 느끼는 것에 더 나아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 마음을 내려놓은 것이며,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도엽스님/창원반지정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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