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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의 ‘어른이 되면’을 읽고

[2018-10-23 오후 1:34:00]
 
 
 

혜영의 1살 아래인 동생 혜정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졌고 성장하면서 부모와 형제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시설로 보내졌다. 그리고 서른 살에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좌충우돌 살아가는 아픈 이야기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내가 저것과 같이 죽어야겠다. 그래야 너라도 잘살지 않겠느냐”며 혜정을 돌보는 언니를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셨다. 축복 받지 못하고 태어난 손녀에 대한 마음이 그저 애잔하다.


가족은 아버지, 엄마, 언니 그리고 혜영과 혜정 다섯 명이다. 엄마는 늘 저런 혜정이가 태어난 것도 내 죄의 업보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엄마를 기쁘게 해 주려고 동생을 끔찍이도 보살피던 언니가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로 떠났고 고통을 이기지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갔다. 동생은 시설로 보내지고 혜영은 친가 조부모님 손에서 키워졌다.


언니는 엄마에게 늘 “엄마! 혜정이는 언제 정상이 되냐?”고 물었고 엄마는 “고등학생 때쯤”이라고 답한다. 그를 믿은 혜영은 차츰 자라면서 그것이 아님을 알았고 취업을 하고 자리가 잡힌 후인 18년 만에 동생을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이 삭막한 세상에 동생을 데려와서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스러웠지만 정성을 다한다면 가능한 일이라 믿고 휴직을 하고 혜정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조금만 싫으면 사지를 비틀고 괴성을 지르고 드러눕는 혜정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을 시간에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냉장고에 양파를 내어서 우적우적 먹기도 하고 욕실의 물을 바가지로 마루에 끼얹어 집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커피와 히딩크 그리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애어른이기도 했다.

소망이 있다면 혜정이와 함께 무사히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동생을 야학도 보내고 좋아하는 음악 과외도 시키고 둘만의 해외여행지인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주소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찾고 받아 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심사과정에서 그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원 시간은 기능 부족에 대한 보상이라 최고의 무능함에 가장 많은 지원이 주어진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일부러 무능을 연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사를 받고 한 달 후 월 94시간의 서비스 시간이 주어졌지만 활동 보조인은 구할 수가 없었고 아무런 도움도 되질 않았다.


정상적인 가족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녀는 “더 이상 무얼 더 바라느냐?”고 묻고 싶단다.


혜영이는 환경재단에서 만든 2017 세상을 밝힌 사람들에 선정됐다. 그녀는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을 받을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제게 방금 꽃다발을 전해 준 동생 혜영이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선택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심히 살아나가는 동생이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다섯 살 위 필자의 오빠도 어려서 돌부리에 넘어져 곱사등이가 되었다. 상상할 수 없는 아픔으로 한학을 배워서 학교에 다녀온 나를 앉혀 놓고 천자문을 가르쳤다. 그래도 살아 있음에 감사했지만 꽃다운 열일곱에 주마담(혈관암)이란 병으로 뼈가 삭아서 창호지 심으로 빼내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결국에는 가엾게도 이 세상을 떠났고 엄마의 가슴은 남은 생 시퍼런 멍을 안고 가셨다.


내 가족에게 이런 병력이 있은 탓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 하나 하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로 시작되는 혜영이가 만든 노래가 또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곽송자/주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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