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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연정의 봄

[2019-04-22 오전 11:29:59]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는 봄은 산과들 그리고 강변에도 잠시 머물렀다가 찾아온다. 꽃샘추위마저 아랑곳 않는 봄은, 나무마다 흔들어 꽃을 피우게 하고 이에 가녀린 야생화들도 뒤질세라 낙엽을 뚫고 올라왔다.

언제부턴지 밀양은 온천지가 벚꽃 물결로 장관을 이루었고 올해는 큰 비바람이 없어 일주일이 넘도록 꽃잎이 떨어지질 않아 긴 시간 백색의 황홀함에 심취되기도 했었다. 꽃잎이 거의 떨어질 무렵, 강변엔 연둣빛 향연이 펼쳐지고, 쑥 캐는 아낙네의 모습은 아지랑이에 파묻혀 하늘거린다.


아마 오늘 저녁 반찬은 향긋한 쑥국으로 가족들에게 기쁨을 줄 것이고 며칠 후면 쫄깃한 쑥떡을 이웃과 나눠 먹을 것이다. 이렇듯 밀양 곳곳은 인정이 넘치고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게 새삼 뇌리를 스친다.


밀양의 명소 중 연둣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월연정이다. 기묘사화 때 월연 이태 선생이 낙향 후 강 언덕에 지은 별서로 이맘때면 주변이 아름다운 신록으로 채색되고 강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월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쌍경당이다. 강물과 달의 맑은 빛이 마치 거울과 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2012년 월연정 일원의 풍광이 뛰어나 명승 제87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쌍경당 앞마당엔 노란 수선화가 봄을 먼저 알려왔고 자세히 보니 보라색 제비꽃들이 여기저기서 필자를 반긴다. 한 뼘도 채 안 되는 높이라 눈높이를 맞춰 엎드려 촬영하니 제법 작품처럼 보인다.


월연대 앞에서 쌍경당 방면으로의 모습이 연둣빛을 최고로 잘 표현할 수 있어 카메라를 세팅 후 여러 장 촬영하고 돌아서려니 큰오색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나무를 쪼고 있다. 망원 렌즈로 교환하자마자 어느새 푸드덕하며 날아가 버린다.


봄 햇살을 듬뿍 안은 강물이 오늘따라 잔잔하고 가끔씩 부는 봄바람은 오솔길 옆 대나무 사이로 올라와 쌍경당에 머물다 사라지곤 한다. 아련한 봄날...  오늘만 같기를 바라면서 오솔길로 돌아오니 대나무 숲의 바스락 소리는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듯 더욱 울려 퍼진다.


배재흥/밀양풍경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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